[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10년 가까이 상당히 오래돼 송씨와 만난 부분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데…."
4일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설명은 '실소'를 머금게 했다. 떠들썩하게 시작했던 감찰본부의 직접수사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끝날 것이란 점을 예고라도 하는 듯했다.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서울시 강서구 재력가 송모(67)씨 피살 사건은 현직 서울시의원이 연루돼 충격을 줬다. 그런데 불씨는 검찰로 번졌다. '매일기록부'라는 이름의 비밀 로비장부에서 수도권에 근무하는 정모 검사의 실명이 발견됐다.
경찰관 이름도 있었지만 액수는 소액에 불과했다. 반면 정 검사 이름은 10차례나 나왔고 금액은 1780만원에 달했다.
검찰총장이 감찰본부에 직접 수사를 지시할 정도로 검찰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적어도 겉모습으로는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그러나 법조계 내에서는 처음부터 '회의론'이 일었다. 검찰이 과연 제 식구를 향해 매서운 칼날을 들이대겠느냐는 시각이 많았다. 게다가 돈을 줬다는 기록을 남긴 송씨는 이미 숨을 거뒀다. 대가성 입증도 어렵지만 2005~2011년 일이라 공소시효 문제도 걸려 있다.
검찰이 검사를 상대로 수사하는 사건, 법적으로도 혐의 입증이 만만찮은 사건이라면 철저한 수사의지 없이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은 예상대로(?) 적당히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이 언론의 눈을 피할 수 있는 토요일에 정 검사를 소환한 것은 '시늉 수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이었다. 의혹을 파헤치기보다는 적당히 덮어 '면죄부'를 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검찰은 사법처리보다는 '내부 징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더니 결과는 '역시나'가 되지 않을까. 다른 이들의 흠은 크게 보이지만 '내 눈의 들보'와 같은 잘못엔 둔감한 검찰의 행보는 씁쓸한 결론을 예고하고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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