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관련 연구결과 발표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A형 간염 환자의 간 손상이 왜 일어나는지 그 실마리가 풀렸다. KAIST(총장 강성모) 의과학대학원 신의철(43) 교수팀은 31일 인체 면역계의 균형유지를 담당하는 조절 T 세포가 A형 간염 환자의 간 손상에 영향을 끼친다고 발표했다.
A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간염이다.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 발병률이 높고 바이러스가 입을 통해 소화기로 침입해 전파되는 등 감염 속도도 빠르다.
인체 내에서 조절 T 세포는 다른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함으로써 면역체계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성 바이러스 감염의 경우 조절 T 세포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을 약화시켜 감염상태를 지속시키는데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급성 바이러스 감염에서는 조절 T 세포가 인체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지 아직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A형 간염 환자로부터 얻어진 혈액에서 조절 T 세포를 포함한 다양한 면역세포의 숫자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형광 유세포 분석(fluorescence flow cytometry) 기법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A형 간염 환자의 혈액에서 조절 T 세포의 현저한 감소와 함께 조절 T 세포의 면역 억제능이 감소돼 있음을 확인했다. 조절 T 세포의 감소가 더 많이 나타난 환자일수록 간 손상은 더욱 극심하게 발생했다.
연구팀은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세포표면 단백질인 'Fas'의 발현 증가에 의한 세포사멸 현상이 이러한 조절 T 세포의 수적, 기능적인 감소의 원인임을 실제 환자의 혈액을 분석해 입증했다.
신의철 교수는 "A형 간염 뿐만 아니라 급성 바이러스 감염증에서 임상 양상의 심화 기전을 제시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효과적 치료가 없는 다양한 중증 급성 바이러스 감염질환에서 조절 T 세포의 세포사멸을 억제함으로써 조직 손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소화기학 학술지인 '거트(Gut)' 7월 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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