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상반기 가입자 3.7% 첫 감소
연금액 손실 우려해 가입 포기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상품 도입 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주택연금은 2007년 첫 출시 이후 가입자가 매년 30~70%씩 꾸준히 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가입자가 5% 느는 데 그치더니, 급기야 올 상반기엔 증가세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집값 하락으로 연금액 손실을 우려한 가입 예정자들이 연금 가입을 주저한 탓으로 풀이된다.
22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24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67명)에 비해 3.7%(95명) 감소했다. 주택연금의 반기별 가입 건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의 중장년층이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한 기간 동안 매월 연금방식으로 노후 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정부 보증 금융 상품이다. 공기관인 주택금융공사 보증으로, 은행대출 방식으로 연금이 지급된다.
주택연금이 첫 출시된 2007년엔 515명이 가입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이후 주택연금이 중장년층들의 노후 소득원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정착되면서 가입자 수는 점차 늘었다. 2008년 695명, 2009년 1124명, 2010년 2016명, 2011년 2936명, 2012년 5013명 등 매년 가입자 수가 적게는 30%, 많게는 80%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작년 한 해 동안 주택연금에 가입한 장년층은 총 5296명으로 전년(5013명)과 비교해 5.6% 느는 데 그쳤다. 예년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급감한 것이다. 올 들어서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상반기 가입자 수가 전년에 비해 줄어, 증가세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주택연금의 인기가 시들해진 데는 집값 하락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매월 받는 연금 수령액은 주택연금 가입 당시 집값을 기준으로 정해지는데, 집값이 떨어질 경우 매월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그만큼 줄어든다. 다시 말해 물가는 계속 치솟는데 집값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연금에 가입할 경우 매달 지급되는 연금액에서 손해를 볼 것을 우려해 가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실제 만 70세인 가입자가 3억원짜리 집을 맡기고 종신형 주택연금을 선택할 경우 매월 약 99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4억원의 집을 담보로 맡길 경우 연금액은 133만원까지 늘어난다. 집값 1억원 차이로 손에 쥘 수 있는 연금액(월 지급금)이 34만원이나 더 벌어진다.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연금 가입을 꺼리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 부동산 부양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일면서 가입 대상자들이 가입을 미루다 보니 다소 (가입이)주춤한 상황"이라며 "규제 완화를 한다해도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주택연금 가입자 수도 내년 이후에나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주택연금 가입 이후 집값이 오른다고 해도 가입자의 사망 이후 상속자에게 주택을 처분한 후 남은 금액을 돌려 주기 때문에 손해는 아니다"고 설명한 후 "주택연금이 노후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일반적이고 필수적인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 등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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