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한국은행이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단기 유동성비율 규제 'LCR(Liquidity Coverage Ratio)' 도입 후에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파급 효과는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은은 21일 'BOK 경제리뷰 서머리 - 단기 유동성비율 규제와 통화정책 간의 상호작용 경로' 보고서를 통해 이런 주장을 폈다. BCBS는 은행의 유동성 위기 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해 LCR을 도입하고,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LCR은 은행이 예금인출사태(뱅크런) 등 30일간 지속되는 단기 유동성 위기에서도 외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고유동성자산(HQLA)을 보유하라는 내용의 규제다. BCBS는 LCR 최저 규제 수준을 2015년 60%에서 매년 10%씩 올려 2019년 100%까지 맞추라고 권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확정하지 않았다.
학계와 BCBS 내 일각에선 "LCR 규제 이후 은행의 유동자산 포트폴리오 조정과 단기자금 조달시장 구조 변화 등으로 통화 정책의 파급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한은은 이런 주장에 대해 "국내 은행들의 LCR 수준이나 보유하고 있는 HQLA 구성, 금융기관 사이의 단기 금융시장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효과가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BCBS의 계량영향평가 대상인 국내 8개 은행의 LCR은 지난해 6월과 12월 기준으로 모두 10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하고 있는 HQLA의 경우에도 국채와 통안채, 공공채 등 자산 유동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레벨 1 HQLA 비중이 90%에 이른다. 국내 은행들은 이미 BCBS의 규제 내용을 충족하는 수준으로 자산을 구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더불어 "전반적으로 유동성 사정이 나빠지는 때에 RP매매 대상 적격 증권의 범위를 확대하면, 시장의 유동성 상황을 개선시키면서 은행의 LCR 수준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그러면서 "이는 결국 RP매입 대상 적격증권의 범위를 고유동성자산이 아닌 부문까지 확대하는 조치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발생 이후 그 해 11월 7일부터 1년 동안 고유동성자산이 아닌 은행채와 일부 특수채를 한시적 공개시장조작 대상 적격증권에 포함한 일이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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