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깨비만 늘고 도끼와 데꼬 달리기는 사라졌다"
귀씬 씨나락 까먹는 소리같지만 이것은 북한 장마당의 실상을 전하는 말들이다. 북한의 장마당 장사꾼들이 '깨비'로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장마당에서 '깨비'는 무슨 물건이든 낱개로 파는 장사꾼을 말한다. 처음에는 담배 한 갑을 따서 한 개비씩 팔던 장사꾼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지금은 과일이나 물고기,채소, 두부도 반쪽씩 쪼개서 파는 게 대세라는 것이다.
반면, 도끼는 도매장사꾼을 말한다. 이들은 주로 자전거로 농촌에서 채소를 날라 넘기고 있었는데 중국산 채소가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장사를 그만 둔 것으로 보인다. 데꼬는 '돈데꼬'라는 말이 있듯이 '환전꾼'을 말한다. 장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고가 상품을 거래할 때 필요한 달러나 인민폐를 바꿔주는 이들인데 중국 위조지폐가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이들이 설자리를 잃었다.
'달리기'는 밀수꾼들이 들여 온 한국산 화장품과 여성들의 속옷들을 넘겨받아 전국에 유통시키는 장사꾼인데 밀수가 안 되니 이들 또한 살길을 찾아 떠난 것이다.
20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ARF)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의 삶이 어려워지면서 북한에서 무엇이든 낱개로 쪼개서 파는 ‘깨비’ 장사가 유행이다.
북한 양강도 소재지 혜산시에서 운영되던 11개의 장마당들 가운데 대부분 장사꾼들의 수가 줄면서 자연스레 문을 닫고 연봉과 역전, 혜탄과 위연 장마당만 겨우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혜산시 역전 장마당은 북한 전역에서 알려진 도매 시장이었지만 도매장사들은 모두 사라지고 ‘깨비’ 장사꾼들만 판을 치고 있다.
함경북도의 국경도시인 회령시도 남문동과 성천동, 역전동 외에도 유선, 송학, 학포, 풍산리에 장마당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성천동 장마당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장마당이 얼어붙은 원인은 식량사정이 좀 나아지며 장마당 유통상권을 주도하던 쌀장사가 잘 안 되는 데다 국경 봉쇄가 계속되면서 밀수가 활발하지 못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게 북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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