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인근 상공에서 벌어진 말레이시아항공 보잉777 여객기 피격 사고가 1983년 옛 소련 공군기 미사일 공격으로 격추된 대한항공 KE-007편(보잉 747 여객기)의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국 텔레그래프 신문은 1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을 보도하며 31년 전 대한항공 KE-007편 여객기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탑승객 269명 전원이 사망한 사례를 상기시켰다.
대한항공 여객기는 뉴욕을 출발해 9월 1일 오전 6시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예상 도착 시간을 2시간 30여분 남겨 두고 일본 북해도 근해에서 연락이 두절됐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예정 항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으로 들어갔다.
당시 미국과 소련의 냉전 대결구도가 막바지 절정으로 치닫던 상황이라 소련은 대한항공 여객기를 첩보 활동을 위한 정찰기로 오인했다. 소련군은 4발의 경고 사격을 한 이후 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여객기에 타고 있던 탑승객과 승무원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번 말레시이사 여객기 피격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지역 상공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31년 전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민간 여객기 격추 사고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1978년 4월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902편 여객기가 항법장치 이상으로 소련 영공을 침범했고, 항공기는 소련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에 날개를 맞아 러시아에 불시착했다.
1988년 7월 3일에는 미군 해군함정 빈센스호가 이란에서 두바이로 향하던 이란항공 655편을 이란 공군의 F-14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했다. 당시 탑승객 290명이 전원 사망했다. 이 사건은 오인 공격에 따른 과실을 주장한 미국과 일부러 민항기를 공격했다는 이란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외교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2001년 10월 4일에는 이스라엘에서 러시아로 향하던 시베리아 항공 소속 투폴례프(Tu)-154기가 흑해 상공에서 우크라이나군 훈련용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 당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국 우크라이나 공군의 미사일 오발로 인한 격추로 밝혀졌으며 탑승객 78명 전원이 사망했다.
일반적으로 국제법에 호소해 민간 항공기를 격추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배상금을 받아내는 과정은 복잡하고 오랜 시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번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고의 구체적 원인 규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사일을 쏜 주체가 우크라이나 반군일 경우 국가가 아닌 무장단체를 상대로 책임을 물어야 하므로 책임자를 특정 짓는 것이 확실치 않고 합의가 어려우며, 소송에서 이겨도 실제 배상금을 받아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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