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이프타르(Iftar)를 아시나요"?
무슬림(이슬람교도)이라면 이 말은 다 안다. 한국 내 13만 명의 무슬림과 전 세계 16억 명의 무슬림들은 다 안다. 무슬림들에게는 성서러운 달인 라마단 기간 중 매일 해가 지고 난 뒤 하루의 단식을 마치고 하는 첫 식사를 말한다. 글자의 본래 뜻은 ‘금식을 깬다(break fasting)'라는 것이다.
라마단(Ramadan)은 이슬람 달력으로는 아홉 번째 달로, 예언자 마호메드가 코란의 첫 계시를 받은 것을 기념해 한 달 간 금식과 수행을 하고 자선과 관용?형제애를 실천한다. 올햐 라마단 기간은 6월29일부터 7월28일까지다.
외교부는 이슬람교의 성월(聖月)인 라마단을 맞아 지난 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이슬람과 중동 관계인사 100여명을 초청해 '이프타르(Iftar) 만찬'을 개최하고 한국과 이슬람세계 간의 소통을 시도했다.
외교부는 2004년부터 10년 간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등 이슬람 협력기구(OIC) 회원국인 주한 외교단을 대상으로 이프타르를 열어 국내거주 무슬림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우리 국민의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로 삼았다.
이번에는 국내거주 무슬림들과 다양한 이슬람과 중동관련 인사들을 초청했다. 외교부는 이번 행사에서 사우디 출신의 나세르 알 마하쉐르 (한국명 나세일) 에스오일(S-oil) 사장, 무슬림 다문화 가족, 국내에서 연수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의사들, 국내 대학 재학중인 아랍인 유학생 등 국내 거주 무슬림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라 구단에서 활약했던 설기현 축구선수, 두바이 소재 부르즈 알 아랍(Burj Al-Arab) 호텔에서 수석주방장으로 활동했던 에드워드 권 등 언론, 문화, 체육계 인사들이 다수 초청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라마단 기간 중 무슬림들이 주고받는 '라마단 달은 관대하다'는 뜻의 라마단 카림이라는 말로 인사를 시작한 뒤 "라마단의 성스러운 기간에도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 예멘 등지에서 무슬림 이웃들의 고통은 멈추지 않고 있다"며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했다.
윤 장관은 이어 한국과 이슬람 세계가 12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유구한 인연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윤 장관은 "9세기 페르시아인과 신라 공주사이의 사랑의 서사시인 '쿠쉬나메', 11세기 고려의 수도 개경에 자리잡은 모스크, 15세기 조선시대 세종대왕께서 이슬람 원로가 왕의 만수무강과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며 낭송하는 꾸란을 들으셨다는 기록 등이 그 사례"라고 소개했다.
윤 장관은 또 "근래에 들어 한국과 이슬람 세계는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한국전쟁 당시 전선에서는 용맹을 떨치고, 후방에서는 버려진 고아와 빈민들에게 나눔의 형제애를 보여준 터키군을 잊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이 있었다며 한국과 중동은 정치, 경제, 문화 및 인적교류 등 여러 분야에서 진정한 파트너로서 더 큰 우정을 키워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외교부는 한국과 이슬람 세계와의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지난해 9월에는 걸프협력이사회(GCC) 와 아랍연맹과 최초로 정례 대화 채널을 구축했고 12월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이슬람 사원인 자카르타 이스티크랄 사원 경내를 가로지르는 칠리웅강(江)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고 이어갔다.
윤 장관은 특히 "올해 안에 요르단에서 열리는 한·중동 협력 포럼에 참석코자 중동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이슬람 관련 협력기구들과의 대화도 새로 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중동의 관계를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포괄적 파트너쉽'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면서 "이런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한국과 이슬람 세계간의 교류의 역사를 새롭게 시작하자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제안했다.
윤 장관은 "이런 취지에서, 외교부는 조만간 중동과 이슬람을 바로 알리는 모임도 출범시키고자 한다"면서 "한 분 한분의 적극적 활동이 한국과 이슬람 세계간 새로운 교류의 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윤 장관은 사우디의 의사 연수생과 한국에서 이슬람을 바르게 알리기 위해 노력해오신 터키계 한국인 '장 후세인'씨와 파키스탄인 '줄피카르 알리 칸'씨, 이라크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주한이라크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민우 행정원의 가족 등 수많은 무슬림 이웃 가정, 한국 이름 금잔디로 불리기를 더 좋아하는 무슬림 유학생'사라 아부 샤말라'양은 한국-이슬람 문화 교류의 상징이라고 극찬하고 라마단 종료 후 사흘간 지속되는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까지 기도와 선행을 이어가는 데 이프타르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로 연설을 끝맺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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