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후 처음으로 외부 강연
중기포럼서 내일 특강
활동 늘려 '경영자' 이미지 부각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오너' 이해진이 '경영자' 이해진으로 자신을 위치시키고 있다. 1999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외부 행사에 연사로 나서는 이 의장의 최근 행보가 이를 방증한다. '중소기업 상생' '라인 글로벌 성공'을 내세우며 대외활동에 전격 나선 만큼 '은둔의 경영자'에서 벗어난 공격 행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25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명사특강 연사로 참석한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이해진의 네이버 스토리'를 주제로 중소기업들과 네이버 상생방안을 비롯해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글로벌 경쟁력 등에 대해 강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이 외부 행사에 연사로 나선 것은 1999년 네이버 창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잘하는 것(서비스)'에만 집중한다는 지론으로 평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운둔의 경영자'로 불렸다.
그러던 그가 이번 명사특강에 나서게 된 이유는 네이버 중소기업 상생 활동의 일환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네이버 매출의 약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검색광고의 고객이 결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라며 "이들을 위한 특강 자리에 나서게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 때 인연을 맺은 계기도 있다. 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 가입을 보류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나 구글의 래리 페이지 같은 글로벌 IT업계 리더처럼 사람들은 이의장이 말해주는 네이버의 철학과 미래에 대해 더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라인 3억 돌파 기념행사에서 "일본 사업이 잘 안되다 보니 보여줄 게 없어 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해 대외활동을 재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의장은 "(라인이) 비록 실패하더라도 후배들이 자신을 징검다리 삼아 큰일을 이룰 수 있다면 만족한다"며 "앞으로 기회만 되면 사회공헌과 후배 기업인들에게 노하우를 전할 수 있는 자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장의 적극적 행보는 최근 라인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경영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홍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다음카카오 합병이라는 경영 환경 변화가 부동의 1위 네이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내부적으로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구글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역차별과 텐센트 등 대자본과 경쟁 등 국내 IT기업들의 위기를 역설하며 기업경영이 버겁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의장은 2012년 부터 라인주식회사(당시 NHN재팬) 회장직을 맡아 일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이 의장은 명실상부한 네이버의 오너이자 실질적 경영자다. 이 의장의 지분율은 4.64%에 불과한데 매년 자사주를 매입 경영진의 실질적 지분율 강화를 꾀해왔다.
창업자로서 주력사업 운영, 신사업 구상, 인사, 투자 등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업분할을 마무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의장은 은둔형 경영자로서 인식이 강했다"면서 "라인의 글로벌 성공 이후 일련의 행보는 경영자로서 컨트롤타워를 재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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