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증대로 기름값 안정시켜놨더니…"배럴당 200달러도 가능"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이라크 사태가 연일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향후 국제 유가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115달러(약 11만7470원)로 9개월래 최고치를 찍었다. 이라크 사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상승 압력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가장 큰 변수는 수니파 반군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진출 여부다.
중·장기적으로 이라크 사태가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 은행 시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라크 사태가 장기적으로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내전을 틈타 이라크로부터 분리·독립하려 하는 쿠르드족이 독자적으로 원유를 저렴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시티그룹은 브렌트유가 120달러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꼬집었다. 쿠르드족이 독자적으로 원유를 수출하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족의 원유 수출이 불법이라며 이에 따른 법적 조치도 취하겠다고 밝혔다. 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다국적 기업들은 쿠르드족으로부터 원유 수입을 꺼리고 있다.
이라크 유전의 90%는 남부에 있다. 북부를 점령한 반군 세력이 남부로 확장되면서 본격적인 수급 불균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온라인 경제 매체 마켓워치는 이라크 사태의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단숨에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2개 회원국 가운데 리비아·베네수엘라·이란 등 8개국의 하루 원유 총 생산량은 2005년 평균 1450만배럴에서 최근 1125만배럴까지 줄었다. 나머지 4개국 가운데 원유 생산량이 크게 증가한 나라는 이라크 뿐이다.
2005년 하루 175만배럴에 불과했던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은 최근 325만배럴로 늘었다. 최근 수년간 국제 유가를 100~110달러에서 안정시킨 중요 요인 가운데 하나가 이라크의 원유 생산 증대다.
이번 사태 전까지만 해도 이라크는 내년까지 하루 평균 44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 이는 불가능하다. 주요 유전들을 향한 반군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해외 석유기업들은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라크 사태의 장기화로 향후 5년간 OPEC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IEA는 당초 오는 2019년까지 OPEC 원유 생산량 증가의 60%가 이라크에서 비롯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망치의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