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일본이 과거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피해자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 검증 결과를 오는 20일 일본 국회에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검증결과 공개에 대비해 강공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노담화 검증으로 한일 관계는 파탄나기 일보 직전, 폭풍 전야에 진입하는 형국이다.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외교부는 1993년 8월 당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담화 발표 이후 중국, 일본 등에서 새로 발견된 위안부 관련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당안관(기록보관소)은 지난 1, 4월 잇따라 위안부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외교부는 특히 담화검증 결과에 따라 전면 재조사를 촉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993년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조사 시 증언을 청취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는 16명이어서 피해자 조사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이를 확대해서 일본 정부의 고노담화 무력화 시도에 대응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정부는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역사적 진실과 책임에 관한 국내외 권위 있는 주장과 자료를 적극 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군의 위안부 제도가 일본 정부와 군에 의해 강요된 '성 노예제'라고 판정한 1996년 쿠마라스와미 유엔특별보고관 보고서와 위안소를 강간센터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을 결정한 1998년 맥두걸 유엔특별보고관 보고서, 2007년 미국 의회, 유럽의회 결정 등을 국제사회에 적극 전파하기로 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검증결과 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일부 언론 보도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밝혀드린 대로 검증내용이 확인되면 우리 입장을 정식으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고노담화는 일본 측의 자체적인 조사와 판단의 기초로 일본의 입장을 담아 발표된 문건"이라면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서와는 다르며, 타국과의 사전 조율이나 합의가 필요한 문건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교묘하게 언론 플레이를 하는 데 대한 불쾌감의 표시다. 정부가 이번 주로 예정됐던 위안부 피해자 문제 논의를 위한 한일 간 국장급 협의를 이번 주 이후로 미룬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상황에 따라 추후 개최여부도 불투명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고노담화를 검증하겠다는 데 국장급 협의를 열어봐야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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