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힘내라 대한민국]테마3-사회대통합, 길은 없는가

시계아이콘03분 1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朴대통령, 野인재도 기용하는 大탕평인사를
반대를 설득해내는 혁신의 진심 보여라


[힘내라 대한민국]테마3-사회대통합, 길은 없는가 박근혜 대통령
AD

1776년 조선의 군주 정조는 창덕궁 희정당에 앉아 사색에 잠겨 있었다. 이날 즉위식을 가진 왕은 당쟁으로 찢긴 국론을 크게 정비하고 민심을 안정시킬 대책을 고민했다. 할아버지 영조가 야심차게 펼쳤던 탕평(蕩平)의 대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는 왕실을 주무르는 척신(戚臣)과 대립해온 청류(淸流)세력들을 중용하기로 했다. 정치에서 소외된 남인과 적대세력으로 간주되어온 벽파까지 참여시켜 초당(超黨)적인 집권세력을 갖추고자 했다.
 다음엔 인재 양성에 관한 플랜을 짰다. 우선 세종 대의 집현전과 같이 규장각을 갖춰 인재양성의 창구로 삼고 학문정치를 해나가고자 했다. 규장각엔 검서관을 두었는데 여기엔 지금껏 정치에서 배제되었던 서얼(庶孼)들을 배치하여 재능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 지역인재 선발에 관심을 지니고 영남인물고, 호남절의록을 편찬하게 한다.
 또 경제에 대해 고민한다. 영조 대에 시행된 통공(通共)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의 이런 기획은 15년 뒤(1791) 신해통공으로 정리된다. 먼저 금난전권을 혁신한다. 금난전권은 육의전(六矣廛)과 시전상인(市廛商人)이 상권을 독점하기 위해 정부와 결탁하여 난전의 설립을 막아왔던 규제였다. 정조는 육의전만 남겨놓고 시전의 권한을 대폭 줄여 도성 내에서 소상인들이 자유롭게 상업활동을 하도록 하였다.
 2003년 독일의 당시 총리 슈뢰더는 과도한 복지로 국가발전이 정체상태에 이르러 '유럽의 병자'로 불리는 나라를 새롭게 만들 대기획을 한다. 7년 뒤를 겨냥한 '어젠다 2010'은 전국민이 누리고 있던 사회복지 혜택을 축소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가 기조의 대수술 작업을 담고 있었다. 이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독일 대기업 폴크스바겐의 인사당당자인 페테하르츠를 참여시켜 하르츠 개혁법을 만든다.
 상호 갈등을 빚어온 이데올로기 경쟁은 일단 접고 정당 간 대연정으로 실용정치를 국론화해나갔다. 독일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고통 분담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적대적인 사회그룹 간에 단일목표를 향한 일체감이 조성되었다.
 2014년 6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정권 출범 때 힘을 주어 강조했던 '국민 모두가 행복한 100% 대한민국'과 이를 위한 국민대통합이 1년 남짓 만에 심각한 정도로 일그러져 있는 사실에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침몰 참사는 민심을 뒤흔들었다. 국민의 안전을 전혀 책임지지 못하는 국가의 면모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재난을 키운 관(官) 조직의 먹이사슬과 권력화, 부패와 파렴치에 대한 비판이 휘몰아쳤다.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리더십 또한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이 틈을 타고 반정부 기류가 무서운 속도로 퍼져 나갔다.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진 건 이때였다. 여당과 야당의 판세가 비슷하여 누가 승자라고 말할 수는 없었으나, 국가 불신이 팽배하고 있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여권으로서는 선방(善防)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6ㆍ4 민심에 대한 해석을 여권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읽을 수는 없다. 국민의 슬픔과 분노는 여전히 물밑에 잠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의(民意)는 그간의 일을 용서한 것이 아니라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이후의 일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린 것에 가깝다.
 대통합의 논의는 사실 이번 정부가 처음이 아니다. 이승만 정부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명제로 단결을 강조했고, 박정희 정부는 '국민총화(總和)'라는 표현을 썼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말에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통합위원회를 만들어 연 40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이 기구의 첫 회의에서 송복(연세대 명예교수)이 "법을 준수하지 않는 국민은 사회통합에서 제외된다"고 못박고 "그 인구가 20~25%에 해당한다"고 말해 국민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역대 정부가 주도하는 대통합의 논의는 대개 국민 전체의 이익과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권이 민심을 거국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유지하려는 책략에 가까웠다. 반대하는 민심을 포용하고 정치에 참여시키려는 조선 정조의 탕평이 아니었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정당 간의 대연정을 표방한 슈뢰더의 결단도 아니었다. 반발하는 민심을 응급조치로 무마하며 약간의 특혜로 생색을 내는 방식으로 탈주하는 국론을 끌어안으려는 '코스프레'에 불과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개조론까지 내세우며 '안전한 나라'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나라' '관피아가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개조는 대통령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그것을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닐 수 있다. 국가의 근간을 바로잡기 위해선 민심의 대통합과 국정 방향에 대한 보편적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는 국민의 것이며 대통령의 권력 또한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100% 대한민국'은 소외된 국민을 모두 끌어안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100%란 숫자는 아마도 "경제와 정치 권력의 상위 1%의 이익이 나머지 99%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관념을 심어주기 위해 부유층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산층과 빈민층을 설득하고 있다"는 스티글리츠 교수의 발언을 의식한 것일지도 모른다. 1%와 99%가 모두 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의미는 멋있어 보일 수는 있으나, 정책의 방향으로 삼기엔 매우 모호하고 불가능에 가까운 범위일 수도 있다. 마틴 루서 킹 목사와는 달리 흑백분리(Segregation)론을 주장했던 맬컴 엑스(1925~65)는 이런 말을 했다. "제 정신을 가진 흑인이라면 백인들이 자기네들의 체면 유지를 위한 통합 이상의 것을 주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대통합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진실한 정부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진심을 가지고 나서서 국민을 설득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소신으로 가질 수도 있고, 국력 신장을 위해 일정한 희생을 요구하고 향후 파이를 키우는 전략을 신념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런 점들이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인 만큼, 100%가 아니라 지금은 99%인지 1%인지를 밝히며 그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해나가야 한다. 판단이 바뀌었으면 그 또한 정직하게 국민과 소통해나가야 한다. 공감대의 창출 없이 대통합도 국가개조도 불가능하다.
 또한 대통합은 인사의 탕평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아직도 한국 정치에는 지역에 기반한 원초적인 갈등이 잠복해있다. 이런 기류를 유지시키는 것은 정부의 인사 방식에도 큰 책임이 있다. 숫자만 따져 호남 몇 명 영남 몇 명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은 더욱 억지스럽다. 다양한 지역의 인재들을 제대로 키워내고 그 재능을 국가의 자산으로 활용하는 정조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
 사회대통합을 위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야당에 대한 열린 태도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직접 나서 소통을 하려는 것은 정치를 보완하는 일은 될지언정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독일이 국민의 '혜택'을 깎아내는 혁신을 추구하면서, 반대 당들을 설득했던 그 열정을 기억하라. 여당은 잠정적으로 정치를 직접 맡은 당이며 야당은 그 정치를 감시하며 조언하는 당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면 여야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큰 틀을 찾아낼 수 있다. 정치에서 하나의 방향성을 찾아내고 상호 공인하는 가치를 넓혀가는 일이야 말로 대통합이 가장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다. 민의는 국회 속에 이미 있으며, 정치 속에서 꿈틀거린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