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 결정은 마치 잘못된 방향에서 '바주카포'를 발사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최근 보도했다.
포천은 ECB가 바주카포를 쏘기보다 유럽 내 '좀비은행' 문제 해결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해 은행권 대출 기능을 정상화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ECB는 지난주 파격적인 마이너스 예금금리 도입 및 4000억유로(약 556조3360억원) 규모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실행을 결정했다. 마이너스 예금금리 도입으로 은행이 ECB에 여윳돈을 맡길 때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면 차라리 기업에 빌려줘 이자를 챙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은행이 기업ㆍ가계 대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ECB가 저금리로 유동성을 공급할 경우 은행은 대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생각이다.
그러나 예상이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례로 덴마크는 경기회복 차원에서 2012년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렸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덴마크 중앙은행은 지난 4월 금리를 다시 0.05%로 인상했다.
유럽의 많은 좀비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대출로 크게 데어 대출에 긍정적이지 않은데다 실제 대출 여력도 별로 없다. 여전히 많은 은행이 표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부실대출 손실을 안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유럽 은행은 은행 건전성 강화에 열 올리는 당국의 압박으로 기본자본비율(Tier1)을 10% 이상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리스크가 큰 대출에 소극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포천은 ECB가 원하는 게 유럽 경제의 정상화라면 무엇보다 좀비은행의 자본구성 재편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좀비은행에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보다 은행이 수년 간 안아온 부실대출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손실분을 털어내며 공개시장에서 유동성을 직접 조달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금융위기 과정에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으로 부실 은행의 치부를 드러내고 손실을 흡수하는 등 이들 은행의 기능 회복을 지원했다. 그 결과 은행권의 대출 정상화와 함께 지금의 성장세 회복이 가능해졌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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