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지난달 27일 태국 방콕에서 김해공항으로 향하려던 제주항공 소속 7C2252편.
공항 탑승구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항공기의 에어컨이 꺼지는 등 엔진 이상이 발생했다. 상황 발생 5분여 뒤, 승객 A씨는 큰소리로 승무원을 소환했다.
그는 승무원에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승객을 다 태우고 안전점검을 하는 게 어디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 시간 기장은 항공기를 탑승구에 다시 세우며 "안전점검 중이니 승객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방송했다. 사무장(선임 승무원)은 법에 따라 객실과 카핏(조종석)을 커튼을 쳐 분리한 뒤 탑승구를 열어 외부에 있던 정비사를 맞는 상황이었다.
객실에 소란이 커지자 사무장까지 나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탑승 후 안전점검이 말이 되냐'며 소리를 질렀다. 이어 사무장을 밀쳤다는 게 제주항공 측의 주장이다. 이후 기장의 인터폰에 사무장을 비롯한 승무원은 갤리로 복귀했다.
기장의 안내방송과 함께 항공기는 재출발했다. 약 20여 분 간의 상황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제선의 경우 30분 이상 출발이 지연된 경우에만 지연 통계에 넣는다.
사무장은 진정 요구에도 지속된 승객의 고성 등이 다른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고성, 폭언, 승무원 밀침 등에 따라 경고장을 발부한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준비했다.
승객은 승무원을 서비스 제공자로만 생각하지만 승무원은 서비스보다 안전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업무 지침을 따른 것이다.
현행 항공보안법상에는 승객은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ㆍ협박ㆍ위계행위(危計行爲)를 금지하며, 기장이나 승무원이 항공기 내의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규율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사전 방지토록 하고 있다.
사무장은 이륙 후 시간상 승객들이 대부분 잠들어 있다는 점에서 A씨를 후방 갤리로 불러냈다. 이어 경고장을 발부하겠다며 이유를 설명하자, A씨는 즉각 반발했다.
A씨는 "이게 뭔데. 손짓하다가 저리가라고 한 것이다"라며 "가족들이 있는데 터칭을 했겠어 뭐라고 했겠어"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어 (살짝 부딪친 것을 문제 삼아)자신을 성추행으로 몬다고 주장했다.
항공기가 김해공항에 내린 후에도 A씨의 고성은 그치지 않았다. 그는 탑승구를 막아 선채 "성추행으로 고소하려면 고소하라"고 말했다. 기장은 사무장에게 지금이라도 경찰을 부를 것을 건의했으나 사무장은 다른 승객들의 하기를 위해 이를 만류했다.
현재 A씨는 부산 서부경찰서에 해당 사무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 경찰은 고발인 조사 후 사건을 김해공항 인근 강서경찰서로 넘긴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착륙사고 볼 수 있듯이 승무원의 제 1임무는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서비스 제공만 강조되다 보니 이같은 난처한 상황이 가끔 발생한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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