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 편승 펀드 아냐"…출시 2개월만에 350억원 유입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통일펀드는 시류에 편승하는 펀드가 아닙니다. 한국 경제가 대도약하는 기회가 될 통일에 대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나서자는 겁니다."
지난 3일 기자와 만난 국내 가치투자의 대부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최근 통일펀드 열풍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올해 3월 선보인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증권자투자신탁' 펀드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힘입어 강남 큰손의 '뭉칫돈'이 들어오면서 출시 2개월 만에 350억원이 유입되는 등 순풍을 타자 주변의 질시어린 시선을 받고 있는 터다.
허 부사장은 통일펀드가 왜 일시적인 유행펀드가 아닌 가치투자펀드인지 역설했다. 2000년대 초반 8%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던 한국이 2012년 2.0%, 2013년 2.8%로 2년 연속 2%대 저성장을 보이는 등 성장한계에 부딪힌 시점에서 통일은 내수 확대와 소비 진작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의 물꼬를 터줄 것이란 설명이다. 분단국가였던 독일이 통일 후 10년간 주가가 5.6배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한국 코스피지수는 1.5배 상승에 그쳤다는 점도 예로 들었다. 대북 안보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인 외국인 직접투자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허 부사장은 "통일과 관련된 직접적인 수혜는 수출보다 내수섹터"라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수혜가 예상되는 건설·철강·유틸리티 업종은 물론 제약·의류·유통 업종으로 펀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기준 이 펀드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종목은 삼성전자다. 우선주까지 포함하면 삼성전자 투자비중이 10%에 이른다. 아울러 삼성중공업, 한솔제지, 조선선재, KB금융, 한국가스공사, 기아차, POSCO, 동양생명 등을 바구니에 집중적으로 담았다.
허 부사장은 "통일펀드라고 해서 특별한 종목을 담는게 아니다"며 "시장흐름을 추종하지 않고 종목의 내재가치 자체에 집중하는 가치투자 방식의 맥은 기존 펀드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통일펀드에는 신영의 대표 가치·배당펀드인 마라톤 펀드와 밸류고배당 펀드의 운용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 주식투자는 시세차익이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평가이익 증가가 목적"이라며 "단기수익률에 연연하기 보다 주식도 부동산처럼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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