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6·4 지방선거에서 여야 모두 자신있게 승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오면서 향후 정국도 당분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선거가 사실상 무승부로 끝나면서 다음 달에 있을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기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란 대형 악재 속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했지만 경기·인천을 승리하면서 수도권 대전에서 우위를 점했다. 특히 부산을 비롯한 영남 안방을 지켜 체면치레는 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의 주류인 친박근혜계도 책임론에서 빗겨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원(中原)인 충청지역 광역단체장을 모두 내 준 점은 뼈아프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5일 오전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경기와 부산을 사수하고 인천을 탈환하면서 선전했다"면서도 "충청권 모든 광역단체장을 내줘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첫 충청 출신의 이완구 원내대표를 전면에 내세우고도 '충청 광역단체장 전패'란 성적표를 받은 만큼 향후 중원표 공략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당장 있을 박근혜 대통령의 후임 국무총리 인선을 비롯한 개각, 청와대 개편 작업에 개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국가 대개조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작업이 민심에 대한 여권의 첫 답변인 만큼 새누리당은 여론에 호응할 수 있는 인적 쇄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박 대통령과의 회동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번 선거는 당내 권력 지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다음 달 14일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 결과는 이번 지방선거 연장전 격인 7·30 재·보궐 선거 승패를 좌우할 결정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 당내 시선은 7·14 전당대회로 쏠린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수도 서울과 전통적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강원을 사수하고 중원을 차지하면서 한숨은 돌렸다. 특히 흔들리던 텃밭 광주를 지켜내며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의 당 운영도 당장 부침이 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에서 선거를 치렀음에도 예상만큼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으로부터 자성론과 '변화'에 대한 요구는 제기될 전망이다. 당 통합 과정에서 노출된 당내 여러 계파 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이고, 이로 인해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않은 만큼 우선 장기간 정체돼 있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묘안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김 공동대표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변화'를 강조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책임 있는 대안정당, 수권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새누리당과 달리 당장 당내 이벤트가 없는 만큼 해법은 국회에서 찾을 개연성이 높다. 원내 활동을 통해 선명성을 확보하고 이 과정에서 대안 정당으로 위상 재고를 할 것이란 게 당 안팎의 일반적 시각이다.
원내사령탑인 박영선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국민은 새정치민주연합에 견제의 힘을, 여당에게는 균형 있는 국정운영의 명령을 내렸다"며 "뒤틀린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 약속의 엄중함을 깨닫고 진심을 다해 지켜내는 일을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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