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1분기에 이어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도 신통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봄 나들이와 6·4 지방선거 특수가 사라진 탓이다. 두 분기째 소비심리가 냉각돼 상반기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2분기 지역경제보고서'에서 4월과 5월, 세월호 참사에 따라 소비가 둔화되고 서비스업이 부진했다고 총평했다. 전국 16개 지역본부가 관내 기업과 유관기관 등을 조사해 얻은 결론이다.
한은은 "국내 경기는 개선 흐름을 유지했지만,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가 둔화되고 관광·음식숙박·도소매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이 부진한 모습도 보였다"고 평가했다.
지역 별로는 수도권과 동남권, 충청권 및 제주권의 경기가 나아졌지만, 호남권과 대경권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제자리 걸음을 했다. 강원권은 회복세가 주춤했다. 특히 소비는 소매판매가 줄어드는 등 대부분의 권역에서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각 지역본부는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 이후 4월 하순 소비관련 지표가 악화됐다"고 언급했다. 단 "5월 들어 일부 유통업체의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4월 하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전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각종 지역 축제와 기업행사 등이 취소되거나 하반기로 미뤄져 음식·숙박업, 관광·여가관련 서비스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한은은 "5월 이후 분위기가 다소 반전됐다"면서도 "향후 소비심리 회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보다 비관적이다. 지표로 나타난 소비심리 실종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해서다. 실제로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부터 5월 12일 사이 여행업의 일평균 매출액이 61.9% 줄고, 숙박업은 29.1%, 전시 행사대행업은 38.2% 매출이 줄었다고 집계했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한은의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5로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사이 가장 낮았다.
재정부는 속앓이를 하며 "소비 둔화 시점과 세월호 충격이 겹쳐 상승효과가 컸다"고 토로한다. 1분기 민간소비증가율은 전분기의 절반 수준인 0.3%로 상당히 저조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이전에도 신통치 않았던 소비심리는 세월호 사고로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결국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3.6%에서 2.7%로 낮췄고, 정부도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아야 하는 게 아닌지 심각하게 고심 중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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