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서네(서울대·네이버)vs연인(연세대·인사이더) 궁합은?'
오는 10월 합병하는 카카오와 다음의 주요 경영진들의 인맥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카카오와 다음의 학맥은 각각 서울대 연세대로, 근무인연은 각각 네이버와 인사이더(내부 출신)로 공통분모가 거의 없다.
통합법인 다음카카오가 출범하는 오는 10월부터 카카오 출신 600명과 다음 출신 2600명이 한 식구가 된다. 지난 26일 합병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석우 카카오 대표와 최세훈 다음 대표는 "수평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잘 맞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4년 만에 급성장한 카카오와 16개사 계열사를 거느린 설립 19년차의 다음이 화학적으로 결합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창업자가 경영에서 손을 뗀 상황에서 지방분권화식 경영방식을 보여온 다음과 창업자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온 카카오가 갈등 없이 결합할지에 대해 일각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런 우려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양사 주요경영진들의 인맥 차이다.
카카오는 사내이사 8명 중 7명이 서울대 출신인 '서울대 천하'다. 김범수 의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86학번), 이석우·이제범 공동대표는 각각 서울대 동양사학과(84학번)와 산업공학과(97학번)를 졸업했다.
서해진 CTO(기술부문총괄)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강준열 CSO(서비스부문총괄)와 조항수 CMO(디자인부문총괄)은 각각 경제학과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네이버 인맥도 두텁다. 서해진 CTO(기술부문총괄)는 네이버 기술담당 출신, 강준열 부문장은 네이버 검색기획 실장 출신이다. 조항수 CMO(디자인부문총괄)도 네이버 수석PM을 거쳐 카카오로 옮겨왔다.
송지호 CFO(재무부문총괄)은 네이버 미국법인 재무 담당자로 근무한 뒤 카카오로 옮겨왔다. 카카오에서 유일한 연세대 출신 인사이기도 하다. 신인섭 CHO(인사부문총괄)은 김범수 의장과 같은 삼성SDS 출신이다.
반면 다음은 이재웅 창업자와 최세훈 대표가 연세대 86학번으로 전산학과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나머지 임원들은 남재관 부사장은 고려대 경제학과, 최정훈 부사장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신재홍 그룹장은 건국대 경제학과, 이상호 부문장은 카이스트 출신으로 다양하다.
카카오가 네이버 출신 영입이 두드러진 것과 달리 다음은 내부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 중용되는 분위기다. 사내이사 대부분이 다음 초창기인 2000~2004년 입사해 10년 이상 근속한 인사이더에 해당한다.
2000년 1월 입사해 재무, 경영기획, 디자인 업무 분야에서 일해 온 이재혁 부사장(뉴플랫폼총괄)은 다음에서 근속기간이 가장 길다. 최정훈 부사장(서비스그룹총괄)도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다음맨'이다. 소위 '새로운 피'는 카이스트 출신으로 네이버에 몸담은 이상호 부문장(검색부문총괄)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포털과 모바일에서 발빠르게 대응했던 다음이 네이버에 눌려 만년 2위로 밀린 이유는 외부 전문가 유입을 꺼리고 결단력 있게 사업을 추진해 갈 구심점이 없었다는 데 있다"면서 "김범수 의장이 두 조직을 어떻게 화학적으로 잘 결합시킬지가 다음카카오의 승패를 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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