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사이버 전쟁으로 中 진출한 美 IT 기업들 타격 불가피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과 중국의 사이버 해킹 문제를 둘러싼 충돌이 중국 정보기술(IT) 시장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불이익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장교 5명을 미국 기업 등에 대한 사이버 해킹 혐의로 기소하면서 양국 간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고, 이에 따라 3240억달러 규모 중국 IT 시장에 진출해 있는 미국 기업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IT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대표적인 미국 기업들은 시스코 시스템스,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중국의 IT 시장은 지난해 3239억달러를 기록했으며 향후 5년 안에 그 규모가 3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될 만큼 기회가 많은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서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중국 정부 및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해킹 사실을 폭로하면서 이미 상당 수의 미국 IT 기업들이 중국 매출 타격을 입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미 짐을 실을 대로 실은 낙타 위에 또 다른 짐을 올려놓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거대 중국 IT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이 받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최근 정부 기관의 MS 윈도우8 사용을 금지한 데다가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미국의 행동에 적극 항의하며 미국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경고한터라 미 기업들에 대한 우려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들여 미국의 중국 해커 기소에 대해 항의했다. 추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도 같은 내용으로 미 정부에 항의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이에 대응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미국이 지금 해야할 일은 기소를 철회하는 것"이라고 미국을 압박했다. 중국 국방부의 겅옌성(耿雁生) 대변인도 "개선되고 있는 양국 군사관계에 찬물을 붓는 행위"라면서 "양국의 상호 신뢰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국방부는 미국이 이번 행동으로 상당한 불이익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이버안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루이스는 "중국은 이번 기소에 보복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미국 기업을 제재하거나 스노든의 폭로를 토대로 미국 당국자들을 맞고소 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투자 감소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직접적인 미국 기업 제재에 나설 수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니콜라스 컨서너리 유라시아 그룹 아시아 지역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국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미국 기업에 대한 직접적 제재는 리스크가 높다"면서 "일부 부진한 외국계 기업들의 기강을 바로 잡는 식의 교정이 있을 수는 있다"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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