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다는 약속 유효한가…점점 더 외로운 실종자 가족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시간이 멈춘 공간이다. 숨을 쉴 수 있는 공기도 없다. 하지만 애타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지난달 16일 진도 앞 바다 속으로 조금씩 가라앉았던 세월호, 그곳에 아직 사람이 있다.
20일 오후 5시 현재 17명이 남았다. 476명이 세월호에 탔다. 누군가는 살아났고 누군가는 생명을 다했다. 1000여명이 북적거리던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도 어느새 한적한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통곡의 노래를 이어갔던 사람들은 줄어들고 속타는 마음을 달래며 아직 그곳을 지키는 소수의 사람만 남아 있다. 진도에 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대통령부터 여야 정치인, 관료들까지 많은 사람이 그곳을 찾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당신들을 돕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누군가는 그 모습에 공감했고, 다른 누군가는 연극이라 말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이들에게 약속 하나하나는 소중할 수밖에 없다.
기적처럼 살아 돌아올지 모른다는, 최소한 얼굴을 다시 보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 그것이 그들을 버티게 한 요인이다. 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처절한 외로움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공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점점 더 외롭다. 그들은 잊혀져가고 있다. 이제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조금 더 있으면 브라질 월드컵도 열린다. 시내는 축제의 공간으로 변해갈 것이다. 아직 그곳에 사람이 남아 있는데 모두 다 정리된 것처럼 사회분위기는 바뀔 것이다.
그들은 또 외면 받을지 모른다. 서러움의 눈물을 흘려도 그 모습을 담아낼 카메라가 없다. 언론은 이미 유병언 일가에 취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 본질이 무엇인지를 떠나 그 충돌의 현장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아직 팽목항 그곳에 노란 리본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약속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 여전히 유효한가. 의례적인 반성과 사과, 침통함의 공유를 통해 스스로 면죄부를 줬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진도 팽목항, 쓸쓸함과 통곡의 그 현장에 가족들이 다시 모였다. ‘세월호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20일 진도 팽목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서 책임지고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구조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그들을 다시 외롭게 할 것인가. 아니면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실천할 것인가.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마음 속 눈물을 흘렸던 이들이라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팽목항에 흩날리는 노란 리본은 그들에게, 우리들에게 그것을 묻고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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