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항로 면허 취소로 사실상 부도 상태에 들어가면서 KDB산업은행의 청해진해운 대출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청해진해운은 기한 내에 대출이자 수천만원도 갚지 못했다. 다른 은행으로 연쇄 연체가 될 경우 청해진해운에 돈을 빌려준 하나·외환·신한·국민은행도 회수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현재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최근 해양수산부로부터 세월호가 운항하는 제주~인천 간 항로에 대한 면허 취소 통보를 받은데다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청해진해운은 19일까지 산업은행에 상환해야 하는 이자 수천만원도 갚지 못했다.
독점항로 면허가 취소되면서 대출금은 기한이익상실 상태가 됐다. 만기에 상관없이 언제든 대출금을 조기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은행이 청해진해운에 빌려준 돈은 단기차입금 69억4000만원과 장기차입금 100억원을 더해 원금으로만 총 170억원에 이른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이달까지 갚아야 하는 돈은 44억3790만원이다.
산업은행은 정상적인 운영이 힘든 만큼 기한 연장 없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출 담보를 처분해 원리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출 담보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월호의 선박보험금 지급 여부가 불투명해 대출금 전액 회수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은행에 잡혀있는 청해진해운 대출 담보는 총 선박 5척으로 장부가액 기준 234억여원을 넘는다. 이중 세월호가 168억원대로 전체의 70%에 이른다. 세월호(78억원)를 포함해 이들 선박의 청산가치 담보가액은 132억원이다.
세월호는 침몰했기 때문에 산업은행은 청해진해운이 들어놓은 선박보험금을 받아 대출금을 회수해야 한다. 청해진해운은 메리츠화재(78억원), 한국해운조합(36억원) 등 최대 114억원의 선체보험에 가입했으며 전액 산업은행 앞으로 질권 설정돼있다.
그러나 약관에는 청해진해운측의 과실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험금 지급이 면책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청해진해운의 과실이 확정되면 산업은행은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현재 검찰수사 중이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과적과 선박안전에 필수적인 평형수 조작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판단돼 청해진해운의 과실이 인정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보험금이 지급된다 하더라도 3000t이 넘는 화물에 대해서는 보험을 따로 들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인양비나 화물선주 피해보상비 등 당장 급한 것부터 지불이 우선되면 대출금 회수는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청해진해운이 한꺼번에 돈을 갚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회생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은 낮다. 기업의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나머지 선박 가치도 떨어져 대출금 회수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산업은행의 실적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존 '요주의' 단계였던 청해진해운에 대한 대출은 이자연체를 기준으로 '고정이하'로 떨어졌다. 대출채권이 '고정이하'로 분류될 경우 규정에 따라 20%~10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대기업 구조조정 리스크로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입은 산업은행 실적에 '세월호 리스크'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이 사실상 파산상태에 이르면서 산업은행만큼 대출규모가 크진 않지만 청해진해운에 돈을 빌려준 다른 은행들도 대출금 전액 회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청해진해운 리스크가 은행권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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