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사과가 구두선(口頭禪)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모든 잘못의 중심에 "내가 있다"고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공식사과 이전부터 이번 사건의 이유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의 부족했던 부문에 대해 유족들에 대해 사과했다. "관피아의 적폐를 바로잡겠다"면서 국가개조를 언급했다. 무능력, 적폐, 낡은 국가체제(앙샹레짐)를 바로잡겠다는 내용이다. 이번 사과와 대책은 이런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잘못이 모두 박 대통령과 연결돼 있다.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해경의 혼선과 무능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국가안전처를 만들면서 박 대통령은 이들 조직의 안전기능을 해체키로 했다. 불과 1년여전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박 대통령이 만든 조직들이다. 국민의 안전을 강조하며 행정안정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꿨다. 해수부는 신설부처다. 국민의 안전을 보살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이를 실현할 능력은 없었다.
"누군가에 책임을 돌리는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최종적인 책임은 내게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나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실패했다면 그것은 내 책임입니다." 2010년 1월 7일 오바마 대통령이 TV 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한 말이다. 항공기 폭탄테러 미수사건을 막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사고 직후 현장을 찾았다. 오바마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었다. 책임자를 철저히 찾아내 문책하겠다고 했다. 민관유착의 적폐를 고치겠다며 관료사회에 화살을 돌렸다. 관피아 대책이 담화에 포함됐다. 그러나 관료를 우대, 중용한 사람이 바로 박 대통령이다. 청와대와 내각을 관료출신과 육사출신, 사법고시출신으로 가득 채웠다.
국가개조 수준으로 고쳐야 할 구체제는 무엇인가. 국민의 여망을 담아내지 못하는 정치시스템이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중심에 있다. 박 대통령의 제왕적 국정운영은 끊임없이 지적받았다. '깨알지시'와 '만기친람'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책임은 지지않고 야단만 친다는 비판이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대통령은 왕처럼 나무라고 신하들만 굽신거린다. 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유체이탈화법이란 비판을 받은 이유다.
관료조직에 앞서 박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단순한 최종책임자가 아니다. 무능과 적폐와 앙샹리즘의 중심에 있다고 인정할 때 문제해결의 길이 열린다. 모든 책임을 걸머지라는 말이 아니다. 같이 하라는 얘기다. 내각에 권한과 책임을 함께 주고 야당과 더불어 하고 국민과 손잡고 나가야 한다. 무능과 적폐와 앙샹레짐을 고치려면 제도개선부터 개각, 개헌까지 할 일이 많다. 혼자는 못 한다. 제왕적 리더십을 섬김의 리더십으로 바꾸어야 가능하다. 담화의 미흡한 부분은 더불어 풀어라. 기회는 많지 않다.
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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