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침몰과 같은 해상 재난에 대한 철저한 예방 계획을 세워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같은 계획이 거의 이행되지 않아 참사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일 해경으로부터 지난해 작성된 '수난대비기본계획'을 받아 분석한 결과 해경은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인근해상을 거제도 남방 해상 등과 함께 사고다발해역으로 지정하고 분석 관리하기로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진도 인근해상을 관할하는 진도해상관제센터(VTS)는 세월호가 관내에 들어온 줄도 모르고 이상 움직임등을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가, 뒤늦게 신고를 한 선장에게 인명탈출을 판단하라고 알렸다. '사고다발해역을 관리하고 관련 내용 수집·분석·전파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초기 대응에 실패한 셈이다.
계획에는 또 사고다발해역에 경비함정을 전진 배치해 관리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으나 사고 초기 도착한 경비함정은 단 한 척뿐이었다. 이 때문에 선내에서 창문을 통해 구조 요청을 보내는 승객들을 앞에 두고도 구해내지 못했다.
기본계획에는 사고 시 항공대를 긴급 출격시켜 대기태세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겼으나 현실에서는 급파된 헬기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사고 당시 지역소방본부 등에서 헬기를 급파했지만 해경은 항공구조가 종료됐다고 통보해 아예 구조활동을 돕지 못했다.
해경이 지난 5년간의 성과라고 자평해 향후 추진계획에도 담은 '특수구조단'과 '122 긴급번호'도 구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형 해양사고의 인명구조 현장지휘를 맡기 위해 마련됐다'는 특수구조단은 부산 한 곳에만 소재한 까닭에 사고가 난 지 4시간 뒤에야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해경은 이번에 쓰이지도 않은 122구조대 장비 및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추진계획에 담기도 했다.
해경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꼽히는 션령 노후화 등의 문제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해경은 늘어나는 선박사고의 원인으로 '선원들의 고령화에 따른 상황대처 능력 부족'을 꼽았다. 해경은 선박 종사자들이 운항시간 단축을 위해 안전속도를 미준수하고 견시(망보기)를 소홀히 하는 등 안전의식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허울좋은 계획만 수립하기보다 현실에 맞는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목포 해양대 해상운송시스템학부 교수는 "매뉴얼과 계획이 아무리 잘 짜여 있어도 교육과 훈련이 없으면 실전에서 무용지물이 된다"며 "전문가 수준의 실무진을 구성하고 각종 시나리오로 훈련에 나서는 한편 구조 장비·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지난해 시행된 수난구호법에 따라 5년 단위로 '수난대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매년 수난대비집행계획도 수립·시행하고 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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