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올해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아시아 지역의 충분한 곡물 비축량이 엘니뇨로 인한 식품 가격 급등의 방패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 지역의 쌀, 밀 등 곡물 재고가 충분해 올해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식품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은 편이라고 보도했다.
런던 소재 국제곡물이사회(IGC)는 세계 쌀 시장 공급량이 2013-2014년 유난히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쌀 비축량이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른 태국이 지난해와 올해 수출량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은 지난해 월 평균 55만8000t의 쌀을 수출했으나, 올해는 월 평균 약 100만t 수출을 계획 중이다. 세계식량기구(FAO)도 태국의 올해 쌀 수출량을 870만t으로 지난해 보다 약 200만t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토대로 FAO는 전 세계 쌀 수요·공급의 주요 척도인 재고사용률도 2013-2014년 35.9% 수준으로 전년 35.7% 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밀도 충분한 공급량 때문에 엘니뇨로 인한 가격 급등을 피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 커먼웰스뱅크의 루크 매튜 애널리스트는 "주요 밀 생산국인 호주의 동부 지역에 지난 두 달간 충분한 비가 와서 올해 밀 농사 풍년을 예상하는 농가가 많다"고 전했다.
엘니뇨가 이상기후를 동반하기 때문에 농작물 재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곤 하지만 작황이 차질을 입는다고 해서 식품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보고서에서 "지난 20년간 4번의 엘니뇨 현상을 겪으면서 식품 인플레이션은 2 차례 일어나는데 그쳤다"면서 "이 마저도 일부 국가의 쌀 수출 금지 조치, 원유 가격 급등 현상과 맞물려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도 "엘니뇨가 단기적으로 곡물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수는 있지만 일시적 현상"이라며 "원자재 가격은 곧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엘니뇨가 곡물 작황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불안감과 이를 투기에 이용하려는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곡물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이미 곡물 원재자 시장에서는 이 같은 가격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존 바페스 세계은행(WB) 이코노미스트는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농작물 가격이 상승하는데 이로 인해 전 세계 식품 물가가 최대 15%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올해 엘니뇨 현상 발생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호주 기상청은 이르면 올해 7월에 엘니뇨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미국 기후예측센터도 올해 엘니뇨 현상 발생 가능성을 65%로 제시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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