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대나무, 깃털, 맷돌, 플라스틱이 모두 돈? 맞는 얘기다. 세계 각 국은 자연환경이나 쓰임새에 맞추어 여러 재료를 화폐처럼 활용했다.
19세기(1801년~1900년) 중국 화남 지방에서는 대나무로 만든 화폐를 썼다. 죽화(竹貨)는 금속 화폐와 동일하게 유통돼 널리 이용됐다. 깃털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돈도 있었다. 20세기(1901년~2000년) 산타크루즈 섬에서는 깃털을 말아 화폐처럼 사용했다. 새의 깃털에 조개껍데기와 구슬 등으로 장식을 했는데 결혼식 사례금이나 카누 구입 등 목돈이 오갈 때 주로 쓰였다.
19세기 얍섬에서는 CD처럼 깎은 둥근 돌을 화폐삼아 쓰기도 했다. 맷돌과도 형태가 비슷했는데 커다란 돌 화폐는 부족간의 거래 같은 빅딜에 주로 이용됐다.
드물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화폐도 등장했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머(Polymer)로 만든 은행권인데 처음 플라스틱 화폐를 도입한 건 1988년 호주였다.
호주는 내구성이 강하고 위조 방지용 투명창 등 다양한 위조 방지 장치를 둘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플라스틱 화폐를 선택했고, 태국 역시 50바트에 같은 소재를 쓰기도 했다.
발행처가 특이한 화폐도 있었다. 20세기 중국에서는 망자(亡者)를 위한 저승은행 명의의 은행권과 수표를 발행했다. 음력 정월 초하루에 조상을 위해 돈을 태우던 풍습때문이다.
이 때 태우는 돈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명국(冥國·저승)은행, 명통(冥通)은행 명의로 발행됐다. 저승을 의미하는 은행들이 발행한 모조 지폐다. 저승은행이 발행한 돈은 20세기 후반 금융산업이 발전하면서 수표와 카드의 형태로도 발전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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