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인간이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도 한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일까.
2008년 주택시장발 금융위기로 끔찍한 경험을 한 미국인들이 5년여가 지난 올해 '최고 장기 투자 상품은 무엇인가'라는 갤럽 설문조사에서 부동산을 1위로 꼽았다. 2008년 금융위기가 시나브로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다.
설문 참여자 가운데 30%는 부동산이 최고 장기 투자 상품이라고 답했다. 사실 미국인들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8~2009년 일시적으로 저축이 부동산 투자보다 낫다고 답했을 뿐 부동산을 늘 금과 함께 최고 투자 자산으로 꼽았다.
갤럽 설문조사에서 부동산은 2년 연속 금을 제치고 투자 자산 1위에 올랐다. 최고 장기 투자 상품으로 부동산을 꼽는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 반면 금이 최고라고 답한 비율은 하락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미국인들이 부동산 투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중반~2006년 중반 주택시장이 '비이성적인 과열'을 보인 시기만 제외하면 부동산 투자로 재미는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미 주택 가격이 급등하기 전인 1990년 이전까지 100년 동안 주택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미국에서 가장 인정 받는 주택 가격 지수인 케이스ㆍ실러 지수를 만든 로버트 실러 교수는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1990년 이전 100년 사이 미 주택 가격의 연평균 상승률이 0.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식 투자의 경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수익률은 1929년 이후 연평균 6.32%에 이른다. 미 국채 투자의 실질수익률도 주식 수익률의 절반 정도는 된다.
금은 1971년 브레튼 우즈 체제 이후 실질수익률이 연평균 4.12%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람들의 환상과 달리 부동산은 최악의 장기 투자 상품인 셈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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