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삼성이 애플의 '밀어서 잠금해제'를 베꼈나요?" "절대 아닙니다."
삼성·애플 간 2차 특허소송에서 삼성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됐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속개된 재판에서 삼성은 유저인터페이스(UI) 수석 디자이너인 김영미씨를 증인으로 내세워 이같이 주장했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밀어서 잠금해제 등 5건의 특허를 삼성이 침해했다며 총 21억9000만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 측은 이날 "아이폰처럼 보다 섬세한 잠금해제 기능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삼성전자의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잠금해제 기능을 실행할 때 텍스트나 화살표로 알려주면 소비자들이 이해하기가 보다 쉬울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해당 문건은 2010년 작성된 것"이라며 "삼성의 시스템은 2009년 이미 확정됐다"고 답변했다. 이어 "문서에 나와 있는 대로 텍스트를 추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적 없다"며 애플 측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애플과 똑같은 작업을 했더라도 우리 제품을 차별화하는 데 별다른 이점이 없었을 것"이라며 애플 측의 주장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은 이날 김씨 외에도 미국법인의 전·현직 최고위급 임원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개발자 등도 증인으로 내세웠다.
데일 손 전 삼성전자 미국법인 대표와 토드 팬들턴 삼성전자 미국법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삼성이 애플을 앞선 것은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애플 측이 내세우는 소프트웨어 기능이 삼성폰 판매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그간 삼성 측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손 전 대표는 지난해 8월까지 삼성전자 미국법인 대표를 맡아오다 현재는 삼성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팬들턴 CMO는 최근 화제가 된 슈퍼볼 광고와 '아카데미 셀피(본인촬영)'의 기획자다.
애플 측 변호인은 손 전 대표가 "삼성의 생존전략상 애플을 타도해야 한다" "애플의 아이폰5가 나오면 쓰나미가 올 것이다" 등의 내용을 담아 보낸 내부 이메일 등을 공개했다. 이는 아이폰에 대한 삼성의 우려를 보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이폰을 베끼지 않았다는 삼성 측 주장의 설득력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포함됐다.
이날 삼성 측 증인으로 G메일 개발에 참여한 폴 웨스트 브룩과 다이안 핵본 안드로이드 핵심 개발자 등 구글 인사들이 나섰다. 이들은 구글이 혁신 과정에서 애플의 기술에 의존했다는 주장에 대해 일축하며 "우리는 우리가 안드로이드 개발을 위해 한 일들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판에서 삼성·애플 양측은 각각 25시간의 변론 시간을 갖게 된다. 모두 진술 이후 주로 애플 측 증인이 나와 애플 측의 주 신문과 삼성 측의 반대신문이 이어졌으나, 지난 11일 이후 삼성 측의 증인들이 나서고 있다. 삼성은 구글 인사들도 증인 명단에 다수 포함시켜, 삼성폰이 채용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는 자체적 혁신성을 갖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애플이 자사의 특허 두 가지를 침해했다며 694만달러의 배상을 요구한 상황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