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모비스 우승에서 돋보인 유재학 리더십

시계아이콘02분 13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모비스 우승에서 돋보인 유재학 리더십 유재학 감독과 울산 모비스 선수단[사진=KBL 제공]
AD


[창원=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여섯 번째 경기가 열린 10일 창원실내체육관. 종료 1분을 남기고 울산 모비스는 위기를 맞았다. 74-71로 앞섰지만 주포 문태영(36)이 5반칙 퇴장을 당했다. 함지훈(30)이 발목 부상으로 코트를 떠난 지 2분도 지나지 않아 생긴 악재. 유재학(51) 감독은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팔짱을 끼고 조용히 코트를 응시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 선수들에게 경기를 맡겼다. 제자들은 믿음에 보답했다. 이대성(24)은 자유투 4개 가운데 3개를 넣었고, 로드 벤슨(30)은 데이본 제퍼슨(28)의 거듭된 골밑슛을 가로막았다. 천대현(30)까지 가로막기 행렬에 가세한 모비스는 결국 79-76으로 이겼다. 4승 2패로 2년 연속이자 통산 다섯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뤘다.

▲명문구단으로~
“아, 이번에는 정말 안 될 줄 알았는데 됐네요.”
경기 직후 유재학 감독은 눈물을 보였다. 한동안 우승을 믿지 못했다.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환호를 받고서야 빙그레 웃었다. 시즌 전 그가 예상한 모비스는 6강 전력이었다. 우승은 꿈도 꾸지 못했다. 유 감독은 “다른 구단의 신인과 외국인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져 이번에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정규리그에서 40승(14패)이나 할 줄 몰랐다”고 했다. 2006-2007시즌에도 그랬다. 열악한 전력을 딛고 모비스를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에도 특출한 선수 없이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그가 맡기 전까지 모비스는 실업 최강이던 전신 기아자동차의 역사를 잇지 못한 최하위 팀이었다.


모비스 우승에서 돋보인 유재학 리더십 로드 벤슨[사진=KBL 제공]

▲‘나’보다 ‘우리’
벤슨은 경기 종료 4초를 남기고 덩크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LG팬들은 그대로 짐을 쌌다. 골대 뒤의 모비스 팬들은 부동자세로 벤슨을 연호하며 기뻐했다. 승리가 확정된 뒤에는 다른 이름을 외쳤다. “만수(萬手)! 만수!”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 붙은 유재학 감독의 별명이다. 수많은 구상에는 전제가 붙는다. 하나로 뭉친 선수들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2004년 모비스를 맡은 이후 10시즌 동안 선수단, 프런트와 아침식사를 함께 할 정도다. 외국인선수도 예외가 아니다. 유 감독은 “하루를 함께 시작하며 단합할 수 있다. 컨디션을 저해하는 늦잠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유기적 결합을 강조하는 팀 특성상 특별대우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혼혈 귀화선수 문태영은 입단 초 잦은 지각으로 곤욕을 치렀다. 유 감독으로부터 ‘퇴출’ 소리까지 들었다. 용서를 빌어 겨우 복귀한 문태영은 이번 무대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6경기에서 평균 22.2득점 8.0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유 감독은 “다소 산만하지만 코트에서만큼은 집중력이 굉장히 좋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희생정신의 가치
우승에 취한 모비스 선수들은 유재학 감독을 둘러싸고 헹가래를 했다. 김재훈(42), 조동현(38) 코치의 몸도 공중을 날았다. 고조된 분위기에서 두 선수는 통증을 숨기려고 애썼다. 함지훈과 이대성이다. 함지훈은 종료 2분57초 전 제퍼슨의 슛을 가로막다 발목을 다쳤다. 이대성은 2월16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다친 발목이 낫지 않았다. 그럼에도 17분5초를 뛰며 끈질긴 수비로 LG 주포 문태종을 괴롭혔다. 2쿼터까지 무득점으로 막기도 했다. 함지훈도 6경기에서 평균 11.7득점 3.0리바운드 5.2도움으로 우승에 힘을 보탰다. 둘은 신인 드래프트 10순위와 11순위 출신이다. 유 감독은 두 선수를 선발하며 “확실한 장점 하나만 키우면 된다. 특히 수비는 재능과 상관없다. 반복 훈련이 답이다”라고 했다. ‘우리’를 배우며 성장한 두 선수는 팀워크와 희생정신의 가치를 우승으로 증명해보였다.


모비스 우승에서 돋보인 유재학 리더십 울산 모비스 선수단[사진=KBL 제공]


▲‘우승제조기’
“커팅 안 해도 돼. 매번 한 건데 뭐.”
유재학 감독은 우승 세리머니인 그물 커팅을 하지 않았다. 곧장 기자회견실로 들어갔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취재진에 대한 배려였다. 그라서 부릴 수 있는 여유이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벌써 네 번째다. 세 차례의 신선우(58ㆍ전 현대-KCC), 전창진(51ㆍKT) 감독을 넘어 역대 최다우승 감독이 됐다. 모비스 지휘봉을 잡은 2004-2005시즌 이후 10시즌 만에 이룬 대업으로 재임기간으로 한정하면 우승 확률은 40%나 된다. 비결로 유 감독은 세 가지 요소를 꼽는다. 감독의 열정과 적재적소의 선수, 프런트의 지원이다. 신뢰와 소통으로 그는 삼박자를 아울렀다. 팀을 처음 정상에 올려놓은 2006-2007시즌부터는 하나를 더 추가했다. 절실함이다. 유 감독은 “배가 불러 느슨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유 감독은 시즌 전 국가대표를 맡아 3개월여 동안 사령탑을 비웠다. 그럼에도 비시즌 훈련은 이전과 똑같이 진행됐다. ‘우리’로 묶인 선수들이 솔선수범했다. 유 감독이 10년 동안 심은 시스템은 어느덧 팀의 소중한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 덕에 그는 경기 종료 1분 전 코너에 몰리고도 선수들에게 경기를 맡길 수 있었다. 유 감독은 “힘든 시간을 함께 하고 어려움을 이겨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