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서울아산병원은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팀이 50세 이상의 승모판 폐쇄 부전증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기존 ‘관찰과 증상치료’ 보다 ‘조기수술’을 하는 것이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임상 결과를 미국심장학회지(JACC) 최신호를 통해 공개했다고 10일 밝혔다.
2014년 미국심장협회(AHA)에서 발표하는 전 세계 승모판 폐쇄 부전증의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강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조기 수술’의 적응증을 바꿈으로써 세계 심장학계를 리드하는 한국 의료진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는 평가다.
미국심장협회에서 수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심장판막전문클리닉을 갖추고 있으면서 심장판막 재건성형술의 예측 성공률이 95%이상, 수술 사망률이 1% 미만인 병원에서는 심한 승모판 폐쇄부전증 환자에게 증상이 없어도 우선적으로 조기수술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혈액이 온 몸 구석구석으로 보내지기 위해 거쳐야하는 심장의 가장 중요한 문인 승모판막에 병이 들게 되면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해 심부전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데, 기존에는 기능이 많이 떨어졌어도 증상이 없다면 ‘관찰과 증상치료’를 우선으로 해왔다.
그러나 강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50세 이상의 환자에서는 수술을 기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술 치료를 권장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를 좋게 한다는 것이다.
강덕현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승우 교수팀은 두 병원에서 지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14년 동안 증상은 없지만 심하게 손상된 승모판 폐쇄 부전증으로 치료 받은 환자 610명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조기에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235명에서는 심장질환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가 단 1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존 치료 지침대로 수술을 하지 않고 ‘관찰과 증상치료’만 했던 375명의 환자군에서는 심장질환으로 인해 13명이 사망해 조기 수술군에서의 사망률이 기존 치료군에서의 10분의 1로 나타났다. 이런 조기 수술의 효과는 50세 이상의 성인 환자들에서 뚜렷하게 관찰됐다.
또한 기존 치료대로 관찰과 증상치료만을 받을 때에는 심부전이나 사망이 발생하고 승모판막이 더 심하게 손상돼 승모판막 전체를 인공판막으로 교체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조기 수술을 받은 환자의 94%에서 승모판을 통째로 교체하지 않고 환자의 승모판을 재건하는 승모판 성형술을 통해 폐쇄부전을 성공적으로 치료함으로써 수술 사망률이 없었고 장기적으로 우수한 치료 경과를 보였다.
강덕현 교수는 "승모판 폐쇄 부전증 환자들은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심잡음만 들릴 수도 있고, 가까운 동네병원에서도 청진기로 쉽게 심잡음을 확인해 진단을 받을 수 있다"며 "손상된 판막을 성형해주는 수술을 통해 평생 판막질환의 공포에서 해방돼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승모판 폐쇄부전증의 국내외 치료 지침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됐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심한 승모판 폐쇄부전증을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함으로써 판막질환의 치료 성적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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