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10일 대법원이 담배소송에서 흡연자 패소 판결을 확정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건보공단은 예정대로 담배소송을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항소심 판결과 달리 이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항소심 판결로 토대로 소송 규모를 계산한 건보공단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대법원은 이날 암환자 유족 등 6명이 "흡연으로 인해 암이 발병했다"며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담배회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흡연과 '비소세포암' ‘세기관지 폐포세포암' 사이의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해도 어느 특정 흡연자가 흡연을 했다는 사실과 이 같은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양자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흡연과 질환에 대한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예정대로 담배소송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개인이 제기한 담배소송은 모두 패소한 만큼 이번 판결과 공단의 소송은 별개"라면서 "공단의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흡연 피해에 대한 인과성 입증은 가능하다. 담배소송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소송에서 '개인'이 제기한 소송은 대부분 패소했지만, 국가나 지방정부가 제기한 소송에선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합의한 경우가 많은 만큼 국가나 기관이 패소한 사례는 아직 없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설명이다. 국가가 기관이 제기한 소송에선 흡연피해에 대한 입증이 개인보다 수월해 담배회사들이 패소의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합의했다는 것이다. 담배공단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담배회사가 승소할 것 같았으면 끝까지 갔을 것"이라며 "국가나 기관이 사실상 승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소송대리인 선임 공고를 게시한 건보공단은 11일까지 소송대리인 접수를 받은 뒤 곧바로 소송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판결로 담배소송을 제기하는 건보공단의 부담은 더욱 커진 것이 사실이다. 정부 일각에서 이번 소송을 반대하고 있는 데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담배소송은 혈세 낭비"라는 부정적인 여론마저 나올 경우 담배소송을 제기하기도 전에 궁지에 몰리게 됐다.
건보공단의 감독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담배소송 비용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담배소송에 난색을 표시해왔다. 기획재정부도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이번 담배소송을 반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담배회사의 위법행위를 인정한 판례가 없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이 추진 중인 담배소송 규모는 최소 537억원에서 최대 2302억원. 항소심 법원이 흡연과 인과성을 인정된 '편평세포 후두암'과 '소세포 폐암'은 물론, 건보공단 빅데이터를 통해 흡연피해 인과성이 입증된 편평세포 폐암까지 포함시켜 산출한 금액이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이 담배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소송가액 537억원을 기준으로 5억9000만원(1심 제소비용 3억1000만원, 패소시 2억8000만원) 대법원까지 진행될 경우 20억2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한 셈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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