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국회는 8일 대정부질문을 마무리하고 9일부터 본격적인 법안심사에 돌입한다. 이번 4월 임시국회는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터라 제대로 법안심사를 할 수 있을 지 우려가 적지 않다.
여야는 이미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두고 지루한 공방을 지속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이 문제를 합당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만큼 여야의 법안 처리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눈앞에 닥친 민생 관련 법안들이 빼곡히 대기하고 있는 점이다. 이번 국회가 처리를 미룰 경우 경제는 물론 사회전반에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4월 국회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우선 3곳의 상임위원회가 물꼬를 터야 4월 국회의 순항 여부가 결정된다. 여야 모두 핵심으로 꼽는 곳은 보건복지위원회다. 정부 계획대로 7월 시행을 위해선 지난 2월 국회에서 처리됐어야 했다. 정부ㆍ여당은 4월 국회에선 무조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16일 본회의 처리를 요구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과 여야 의원 각 2인이 참석한 여ㆍ야ㆍ정 회의는 여전히 입장차만 확인하고 있다. 여ㆍ야ㆍ정은 7일에도 머리를 맞댔지만 '국민연금 연계'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계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원안을 시행하는 대신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축소하는 '두루누리 사업'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야당도 하위소득 70% 노인에게 20만원 전액을 줘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차등지급을 수용했다. 대신 기초연금을 소득에 연계하자는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소득 하위 60%까지는 20만원 전액을, 60~70% 구간 대상자에 대해선 15만원을 주자는 것이다.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며 절충가능성은 높아졌지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의 연계 여부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노인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극적 타결 가능성이 남아있다. 여야정은 9일 재논의에 들어가지만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7월 시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7월 말 지급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불량상임위'로 낙인찍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도 4월 국회의 운명을 쥐고 있다. 여야는 방송사에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립을 의무화하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공전 중이다. 이로 인해 단 한건의 법안 처리도 못한 상황이다. 최성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뚜렷한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현재까지 논의에 진전은 없다. 미방위는 아직까지 구체적 의사일정도 협의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원자력방호방재법'과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단말기유통법' 등 시급한 법안이 산적한 미방위의 상황을 감안, 부처 업무보고도 생략한 채 법안 처리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방송사에 대한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립 의무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버티고 있다. 미방위 소속 여당 의원은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 여야 모두 양보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교육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개혁' 성패를 좌우할 상임위라 관심이 집중된다. 이른바 '칼(KAL) 법'으로 불리는 관광진흥법이 주인공이다. 박 대통령이 지적한 대표적 규제개혁법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때문에 야당의 반대가 더 극렬하다. 쟁점은 학교 옆에 들어설 관광호텔의 '유해시설' 여부다.
정부는 여러 규제 장치를 마련해 호텔 내부에는 물론 주변에도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관광호텔 건립 자체가 학습 저해를 유발한다고 맞서고 있다. 각종 교육단체와 학부모들의 반대도 큰 변수다. 정부의 의지가 강해 여당 지도부는 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개별 의원들은 이번 지방선거는 물론 20대 총선까지 고려해야 해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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