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HFT 비중 9%→35%로 급증…매사추세츠주 증권당국 HFT 조사 나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극초탄타매매(HFT)'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HFT 꾼들이 주식에서 외환 시장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컨설팅업체 에이트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외환시장 거래에서 HFT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이상이다. 2008년 10월 9%에서 큰폭으로 오른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세계 최대 외환딜러 중개업체인 ICAP의 전자거래 시스템에서 이뤄지는 외환 거래의 30~35%가 HFT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반면 주식 거래에서 HFT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다. 로젠블라트 증권은 2008년 66%였던 주식시장에서의 HFT 비중이 2012년 50%로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더 많은 수익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외환시장으로 HFT 꾼들이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트 그룹의 하비에르 파즈 선임 애널리스트는 24시간 내내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서킷 브레이커 등 거래 중단이 없다는 점, 상대적으로 거래 호가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이 외환시장에서 HFT 등 알고리즘 거래가 늘어나는 이유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HFT는 컴퓨터를 이용해 극도로 짧은 시간에 주문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한다. 불과 수천 혹은 수백만 분의 1초에도 주문을 낼 수 있어 트레이더들은 짧은 시간 주문과 취소를 반복하면서 가격 차를 발생시키고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유동성을 공급과 시장 조성 등 HFT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
페코라 캐피털의 애론 스미스 이사는 "좀더 빠른 속도의 거래가 외환시장에 널리 퍼져있다"며 "HFT 중 일부는 다른 투자자들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다수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극도의 빠른 거래 시스템은 매매 주문을 한 쪽으로 쏠리게 함으로써 가격 급변이나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를 일으켜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2010년 5월 다우 지수가 단 몇 분 만에 1000포인트 급락했던 일명 '플래시 크래쉬'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번개가 친 것처럼 시장에 충격을 줬다는 의미에서 '플래시(flash)'라는 단어가 붙었다. 페이스북이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을 때 거래가 중단됐던 원인도 HFT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환시장의 경우 HFT 이용이 늘면 거래는 복잡해지고 규제는 힘들어져 부정 행위가 늘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FBI는 이미 지난해부터 HFT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지난달에는 뉴욕 검찰이 HFT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매사추세츠주 증권 당국도 HFT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이날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 증권 당국은 지난달 25일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 1070개 투자자문사들에 HFT 관련 질의서를 보냈다. 매사추세츠주 증권 당국 거래소 데이터 센터와 관계된 컴퓨터 서버를 갖고 있는지, 거래소가 제공하는 코로케이션(co-location)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등을 자문사들에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사추세츠주 증권 당국은 오는 8일까지 답변서를 회수할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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