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황제 노역'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을 계기로 그간 사법 처리를 받았던 재벌 총수 등 유명 인사들의 노역 대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판결을 보면 대형 경제사범을 제외한 일반적인 벌금형 피고인의 경우 노역장 유치의 하루 일당은 5만원선에서 결정되고 있다. 이는 어디 까지나 일반인의 경우다.
하지만 수억원대에서 수천억원까지 벌금형을 받은 재벌 총수들은 다르다. '허 전 회장 5억원 대 일반 서민 5만원' 에서 볼수 있듯이 재벌과 일반 서민간 노역 몸값이 무려 1000배 차이가 난다.
이처럼 몸값 차이가 나는 것은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피고인의 하루 수입액 등을 감안, 벌금 미납 시 노역장 유치기간을 함께 선고하기 때문이다. 피고인들의 수입 차이로 인해 일당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현행 형법이 벌금 미납 시 노역장 유치 기간을 '3년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것도 몸값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다. 벌금이 아무리 많아도 3년 이상 노역을 시킬 수 없기 때문에 벌금액이 많으면 몸값도 덩달아 올라가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실제 2009년 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 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A 회장은 하루 노역 일당으로 1억1000만원을 결정받았다. 재판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함께 벌금 1100억원을 선고하면서 "피고인 000가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억100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밝혔다. 즉 벌금을 내지 않으면 일당 1억1000만원에 1000일 동안 노역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A 회장과 함께 당시 이 그룹의 부회장, 사장의 일당은 7400만원, 부사장의 일당은 4000만원으로 책정됐다. A 회장 등을 비롯한 부회장, 사장, 부사장 등은 벌금을 납부해 노역은 하지 않았다.
2004년 법인세 탈세 혐의로 징역형과 함께 벌금 400억원을 선고 받은 B 회장의 하루 노역 대가는 1억원이었다. 같은 해 불법 대선자금 제공 혐의로 30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C 회장의 하루 노역대가는 10만원으로 책정됐다. 재벌 총수 치고는 낮은 몸값이었다. 이밖에 D 회장은 1500만원, E 회장은 400만원, F 회장은 250만원의 '일당'이 책정된 바 있다.
이들 회장 역시 벌금을 완납해 허 회장처럼 노역으로 벌금을 상계하지는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노역 논란으로 인해 재벌들이 사법 처리에서도 특혜를 받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