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북한 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중국 측 수석 대표가 북한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그의 방북이 6자회담 개최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해석하면서 전망을 밝게 봤다.
정부 당국자는 17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 사무특별대표가 이날 평양에 도착했다고 확인했다. 우다웨이 대표는 지난해 8월과 11월에도 북한을 방문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그의 방북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평양도착 사실을 보도했다. 그가 방북 기간 북한 당국자들과 6자회담 재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 방북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미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달 17∼20일 방북해 박의춘 외무상과 리용호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나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 그보다 앞서는 중국 외교부 아주사(司ㆍ국) 책임자 등 한반도 담당 실무진이 같은 달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류전민 부부장은 한국에 이어 중국을 방북한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이 전달한 한국과 미국 측 의견을 북한에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 이달 7∼10일에는 러시아의 6자회담 차석대표인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외무부북핵담당 특별대사가 북한을 방문했다. 6자회담 당사국 중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한국, 일본의 의견을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다웨이의 북한 방문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들의 물밑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우다웨이는 6자회담 관련 중국과 북한 간 협의를 위해 방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했다. 그는 "최근 6자회담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 간에 협의를 하는 움직임이 없었는데 우다웨이가 갑자기 방북해 다소 의외"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6자회담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북한과 미국은 최근 서로 비난하는 등 관계가 매우 냉랭해 이 같은 관측을 낳았다.
케리 장관은 북한을 악(惡)으로 규정하면서 예전보다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하고 나섰고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반인도 범죄와 관련해 북한 지도부를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지난 14일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북 '핵위협'이 계속되면 '핵 억제력'을 과시하는 추가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미국은 더 늦기 전에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그에 따른 모든 조치를 전면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1면의 절반을 할애해 '국방위원회 성명에 대한 각계의 반향'이란 제목으로 주민들의 반응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김죽송 기계공업성 국장은 기계공업성의 전체 간부가 국방위 성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자주로 존엄 높고 선군으로 부강 번영하는 우리 조선에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으로 하여 빚어지는 미국의 강도적 논리가 절대로 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다웨이의 방북이 모든 것을 정치적 협상과 외교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중국의 기조에 변경이 생긴 결과인지도 불확실하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6자회담에 열성을 보이는 것 같지도 않다. 우리 정부는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 자리를 비워놓았다. 우리 측 수석대표를 겸임하는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3일 외교부 1차관으로 공식 취임해 수석대표직은 공석이 됐다. 한반도평화교섭본장 인사는 아직도 나지 않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6월부터 차석대표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우다웨이의 방북에도 6자회담 수석대표 공석 등 여러 가지 여건을 미뤄볼 때 6자회담이 가까운 장래에 열릴 것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면서 "그렇더라도 북핵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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