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경영 기업이 연봉 더 높아
삼진제약, 공동 창업자에 5억4000만원
업계 4위 대웅제약은 평균 이하 1억7000만원 지급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지난 해 제약업계 등기이사 보수의 편차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 경영인이 등기이사에 포함된 기업들의 보수 평균액이 높았다. 회사 규모에 비해 연봉 액수가 높은 곳도 더러 있어서 고액 연봉 논란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회사들 중에 등기임원 평균 연봉이 5억원을 넘는 곳은 LG생명과학과 삼진제약 두 곳이다.
LG생명과학은 전문경영인인 정일재 대표이사 등 등기이사 2명에게 지난해 12억원대의 보수를 지급했다. 1인 평균 지급액이 6억3000만원에 달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CEO(최고경영자)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가 LG그룹 경영관리팀장, LG텔레콤 대표이사 등 LG 주요 계열사 대표를 역임한 장수 CEO라는 점이 높은 연봉을 받는 이유로 꼽힌다.
중견 제약회사인 삼진제약도 대형 제약사들을 제치고 업계 최고 수준의 등기이사 임금을 지급 중이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등기이사 3명에게 16억원 가량의 보수를 지급했다. 1인 평균 5억4000만원 가량의 보수를 받았다.
삼진제약 등기이사 중에는 공동 창업자인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이 포함돼 있어 임금 평균이 크게 뛴 것으로 보인다. 삼진제약이 지난해 2000억원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매출을 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회사 규모 대비 등기이사 보수는 상당히 높게 책정했다는 분석이다.
등기이사 연봉 평균이 5억원이 넘는 이들 두 곳 제약사들은 곧 공개하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구체적인 연봉액수도 최초 기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평균으로 기재돼 정확하게 알기 힘들었던 CEO연봉이 공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평균이 5억원은 넘지 않지만 일부 등기이사들에게 5억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제약사들도 존재한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는 5명의 등기이사에게 22억8000만원 가량의 보수를 지급했다. 1인당 평균지급액은 4억5000만원 가량이지만 직급별 보수 차이를 감안할 때 오너인 강정석 대표이사에게 5억원 이상의 연봉이 지급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사업보고서 상에 강 대표의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종근당의 지주회사인 종근당홀딩스 역시 4명의 등기이사에게 17억원대의 보수를 지급했다. 1인당 4억4000만원 가량이며 오너 경영인인 이장한 회장이 미등기 임원인 만큼 김정우 부회장 등 일부 등기이사의 연봉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환인제약과 보령제약 등 일부 중견 제약회사들도 등기이사 평균 임금이 높아 임원 연봉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인제약은 한해 매출이 1000억원 가량에 불과한 중소형 제약사지만 2명의 등기이사 평균연봉이 4억6000만원에 달했다. 회사 오너인 이광식 회장과 아들인 이원범 사장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높은 연봉 지급의 이유로 해석된다.
반면 회사 규모에 비해 CEO 임금이 업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약사들도 있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업계 4위를 기록한 대웅제약의 경우 등기이사 평균보수액인 1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10대 제약사들 중 유일하게 1억원대의 평균보수액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회사 CEO들 연봉이 다른 업종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일부 대형 제약사나 오너들이 등기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업계 평균보다 더 높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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