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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도 아낀다" 연말정산이 소비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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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유통가, 손님 왜 줄었나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 주부 오진서(35)씨는 지난달 말부터 돈을 아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맸다. 지난달 연말정산 결과, 남편이 월급의 60%인 200만원을 '토해 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말정산에서 한 번도 추가세금을 낸 적이 없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불행 중 다행히도 두 달에 걸쳐 100만원씩 차감하기로 결정, 숨통은 트일 수 있었다. 그래도 은행에서 빌린 대출이자와 적금, 보험금에 생활비까지 해결하기에는 부족했다. 남편의 용돈은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줄이고, 의류비와 외식비 등을 없애기로 했다. 남편은 이번 기회에 담배도 끊기로 했다.


'13월의 세금 폭탄'으로 서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예상치 못한 수입 부족에 지출을 줄이면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 진작을 위해 매달 떼는 세금을 10% 줄인 정부의 정책이 소비에 찬물을 끼얹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세금을 뱉어내야 하는 직장인들은 매년 늘고 있다. 2012년 근로소득자에 대한 연말정산에서는 전년보다 61만명 늘어난 355만명이 세금을 추가로 냈다. 올해는 4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금폭탄으로 사무실이 밀집한 강남, 여의도, 종로 등의 식당은 울상이다. 용돈이 준 직장인들이 식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빵 등의 간식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그나마 점심 식사나 저녁 술자리를 하더라도 비용을 대폭 줄인 경우가 대다수다.


여의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1, 2월에 비해 3월 손님이 3분의 1가량 줄었다"며 "그나마 온 손님도 싼 것만 찾아 실제 매출은 절반가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호식품인 담배의 판매량도 줄고 있다.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서 담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연말정산 후폭풍으로 적은 돈이라도 절약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대표적인 기호식품인 담배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근로소득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마트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0일간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의 매출은 각각 3%, 1.5% 줄었다. 특히 패션 레포츠 장르는 매출이 전년보다 8% 감소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매장에 고객이 10~20% 줄었다"면서 "수입이 줄면 자기 만족이나 치장에 쓰는 비용부터 줄이기 때문에 패션 브랜드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역시 성장세가 둔화됐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전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나는데 그쳤다. 1,2월 누계 매출 신장률(3.2%)보다 낮은 수치다.
롯데백화점도 비슷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전점 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1,2월 누계 매출 신장률은 9.4%였다. 현대백화점은 매출이 3.6% 늘었다.
품목별로 보면 의류, 스포츠 등의 매출이 줄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여성의류 1.2%, 남성의류가 0.8% 역신장했다. 스포츠는 0.7% 신장했다. 롯데백화점도 여성의류(1.6%), 남성의류(2.3%), 레저 스포츠(5.6%) 등의 매출이 소폭 늘었다.


1분기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백만원의 세금 폭탄이 올해 들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소비 불씨를 꺼트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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