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서비스 협조 요청 없어"
결제사고 책임 소재 불분명…보안에 민감한 분위기도 영향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카카오톡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야심차게 발표한 금융결제서비스 '뱅크월렛 카카오'의 난항이 예상된다. 시중 은행들과 서비스 협약을 확정짓지 않은 상태에서 설익은 계획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은행 중 3곳은 '뱅크월렛 카카오'에 참여를 보류 중이다. 국민, 신한, 하나은행은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을 뿐 실제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외 외환, 기업, 씨티, SC 등 주요 은행들도 마찬가지. 몇몇 은행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에서 뱅크월렛 카카오와 관련해 실무부서에 아무런 협조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간단히 말해 기존 뱅크월렛을 업그레이드한 서비스다. 카카오톡을 플랫폼으로 해 친구끼리 소액의 돈을 복잡한 과정없이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돈을 충전해 사용하는 뱅크머니 기능을 카카오톡을 통해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카카오톡은 이달 안에 시범서비스를, 상반기에는 정식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전자지갑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 굳이 카카오톡과 협약을 맺을 이유가 없는 입장. 하나은행 '하나N월렛', 신한은행 '주머니', IBK기업은행 '원머니' 등이 대표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 전자지갑 서비스의 경쟁상품인데 은행들이 참여해야할 이유는 없지 않는냐"고 말했다.
결제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를 가리기 애매하다는 점도 은행들로서는 선뜻 서비스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유다. 뱅크월렛을 운영하는 금융결제원이 대표 계약자로 나선다 해도 결국 은행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톡 사용 중 장애나 불통 사태도 종종 있는데 송금 중 사고가 나는 경우 누가 책임을 지느냐"고 말했다.
보안에 민감해진 금융권의 분위기도 한 몫을 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카카오톡 이용자가 국내에만 35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정보유출 사고가 난다면 대형사고가 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카카오톡은 플랫폼에 불과해 금융서비스 유무와 정보유출 가능성을 연관짓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최근 정보유출로 보안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선뜻 수용하긴 힘든 입장이다.
이처럼 호응도가 낮은데도 서비스가 공개된 이유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결제원이 인지도가 낮은 뱅크월렛을 흥행시키려 무리수를 뒀다는 의견이 제일 먼저 나온다. 금융결제원이 뱅크월렛을 출시한지 1년이 됐지만 이용자가 중복가입자까지 포함해 5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6개 은행과 공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식적 설명과 달리 일부 기능에서는 3분의1 이상이 참여하지 않거나 아직 서비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이 대표계약자이긴 하겠지만 각 은행별 실무부서와 준법부서와 충분히 얘기를 나누는 게 순서 아니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5월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톡이 흥행몰이를 위해 섣부르게 서비스 공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카카오톡의 기업가치는 최하 2조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톡이 금용서비스 플랫폼 역할까지 할 수 있게 된다면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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