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세계 경제 1, 2위국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내세우며 아시아 군사적 영향력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실상 경제 대국들 간의 아시아 패권 경쟁이 본격화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어 온 중국은 올해도 국방비 예산을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중국의 군사력 증강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은 올해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12.2% 증액한 8082억3000만위안(약 1318억달러)으로 책정했다. 국방예산 증가율은 올해 재정지출 예상 증가율 9.5% 보다 높은 것이다. 또 지난해 국방예산 증가율 10.7%도 넘어선 것이다. 중국은 2011년 이후 4년 연속 국방비 증가율을 두 자릿수 대로 유지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날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업무보고에서 국방비 증액과 관련해 "당의 강군 목표를 견지하고 군대의 혁명화, 현대화, 정규화 건설을 전면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정보화시대 군대의 위력과 실전능력을 끊임없이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상적인 전쟁 준비 및 변경, 영해, 영공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집권 이후 강조해온 강한 군대 표방을 뒷받침 하는 것이다.
중국의 국방 예산은 규모 면에서 미국의 2014회계연도 국방 예산 4960억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중국이 빠른 속도로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고 미국은 재정 긴축을 이유로 국방비 지출을 줄이고 있어 두 나라간 국방비 지출 격차는 해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지난달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수 년내 미 육군을 2차세계대전 이후 최소 규모인 44만~45만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등 국방예산을 전반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소련의 탱크부대를 겨냥해 개발하고 육성했던 A-10 공격기를 퇴출하는 등 불필요한 무기 예산도 대대적인 감축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다만 미국은 육군 병력 수를 축소해 국방 예산을 줄이는 대신 아시아 지역에 해군 전력을 집중 배치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의 군 영향력은 강화할 방침이다.
미국 국방부는 5일 내놓은 '4개년 국방 전략 검토 보고서'(QDR)에서 2020년까지 해군 전력의 60%를 아·태 지역에 배치하고 이 지역에서의 공군력도 증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보고서는 국방부가 4년마다 한 번 의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미국의 총체적인 군사 안보 전략이 담겨 있다.
미 국방부는 해군 전력 집중 배치 계획의 배경으로 아·태 지역의 '안정'을 내세우며 "미군은 오세아니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동시에 동북아시아에서는 튼튼한 입지를 지속적으로 구축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한국, 호주, 일본, 필리핀, 태국을 동맹국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주요 협력국으로 꼽았다.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의 해군 전력 아시아 지역 집중 배치 계획은 중국의 대규모 국방 예산 증액으로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을 펴고 있는 미국의 높아진 긴장 수위를 잘 보여 주는 것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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