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준우 기자]"CEO식 소통이 새정치란 말입니까. 아무리 중대한 사안이지만 이렇게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겁니까."
지난 2일 통합 신당 창당 소식을 전해들은 한 새정치 지지자의 목소리다. 이날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깜짝 발표는 그 순간까지 양측의 핵심 인사 한두명만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양측의 결정에 많은 지지와 환영의 박수가 쏟아졌지만, 새정치 지지자들의 가슴속엔 실망감과 서운함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특히 안 의원의 독단적인 결정은 문제가 됐다. 중대 사안을 놓고 내부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안 의원을 정계로 이끈 장본인이자 실질적인 새정치연합의 2인자인 윤여준 의장도 이번 결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윤 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의 결정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창당준비위원회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적 기구인데도 불구하고 내부 협의를 거치지 않고 결정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야라 하더라도 중대 사안은 얼마든지 회의를 열어 논의할 수도 있었다"면서 "결과적으로 공적 의사결정 기구를 무력화한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다른 공동위원장들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한 '새정치'의 길에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공론과 합의의 과정이 배제된 것은 심각한 문제다. 민주주의는 서로 소통하고 설득하는 매우 불편한 과정 위에 만들어진다는 건 기본적인 상식이다. 누구보다 새정치와 소통을 강조 해오던 안 의원이었기에 이번 결정 과정에서 절차와 협의의 생략은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새정치를 위해 어떠한 비난도 지고 가겠다"는 안 의원의 결의에 찬 모습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며 눈을 감고 귀를 닫고 묵묵히 비난을 지고 간 어느 CEO 출신 대통령이 오버랩 돼 보이는 건 왜일까.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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