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최근 몇몇 생활체육학과 학생들이 '다나까' 말투 등 과도한 규정을 신입생들에게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예체능계 학과들의 '군대식 문화'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예체능계 학생 및 졸업생들은 매스컴에 오르지 않은 학교들을 중심으로 상명하복식 군대 문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교수와 선후배로 뭉치는 인맥 구조가 사태 해결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3일 예체능 학과 학생 및 졸업생들에 따르면 예체능 학과의 군대식 문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한 무용학과의 학생은 "신입생은 들어가자마자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저는 00입니다' 식으로 선배들을 만날 때마다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며 "무조건 머리에 망을 하고 다녀야 한다는 식의 복장 규정도 존재 한다"고 말했다.
한 체육학과 학생도 "지금은 강도가 약해졌지만 입학시 신입생들 군기 잡는다며 AT(Animal Training)를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AT는 다른 학교의 오리엔테이션(OT)격으로, 동물과 같이 트레이닝 시킨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이처럼 예체능 학과의 군대문화가 고질적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단체생활에 군기잡기가 당연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같은 음대라도 성악이나 관현악과와 피아노학과의 '군기'가 다르다. '규율이 없으면 합동작업이 힘들다는 인식'이 있어 단체 공연이 필요한 학과들 중심으로 얼차려와 기합이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군대문화의 폐해를 성토하는 졸업생들도 일정정도의 규율은 필요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예체능계 교수들은 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상명하복식 군대문화를 방조하거나 이용하고 있다. 한 예체능계 졸업생은 "교수님이 1학년들이 풀어진 것 같다고 말하면 선배들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며 "교수님들 선에서 바라는 것이 있어 군기 잡기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예체능계의 인맥은 군대식 관행들을 해결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누구 선생님의 제자'라는 식으로 꼬리표가 달려있기 때문에 개인이 문제제기를 하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한 무용학과 졸업생은 "아는 친구들이 폭력을 쓰는 교수님에게 대들다가 찍혀 일을 하기 힘들어진 경우를 봤다"며 "학생들은 문화를 바꾸고 싶었으나 교수 때문에 가로 막힐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들은 학생들의 신고로 사법처리가 진행되고 나서야 해결되는 경우가 잦았다. 최근 몇몇 생활체육학과의 과도한 규정이 이슈가 되는 것도 학교별로 군대식 문화를 청산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벌어지기 전에 사전 예방과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 선수권익보호팀 관계자는 "각 학과에서 전통이란 명분으로 상명하복식 군대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지도 교수 등이 사전 예방 교육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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