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증거조작’ 의혹 핵심 인물…사실상 수사 전환 관측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검찰은 1일 오전 서울시 간첩 ‘증거 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인 국가정보원 소속 중국 선양 주재 이모 영사를 밤샘 조사 후 돌려보냈다.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검찰 조사를 시작해 다음 날인 1일 오전 7시가 되기 전에 돌려보낸 셈이다.
만 하루에 이르는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28일 오후 4시 진상조사팀을 총괄 지휘하는 대검찰청 윤갑근 강력부장을 통해 이모 영사의 검찰 소환 조사 소식을 알렸다.
이모 영사는 간첩 ‘증거 조작’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이다. 그가 언제 검찰 조사를 마치고 돌아갈 것인지도 관심 사안이었다. 윤갑근 강력부장은 28일 자정께 “이모 영사 조사가 많이 늦어질 것 같다. 아직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속도로 매우 늦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스스로 조사 속도가 늦을 것이라고 밝힌 점은 이모 영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모 영사가 돌아갔지만 조사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검찰은 대검찰청 DFC(디지털포렌식센터)에 변호인 측과 검찰 측이 제출한 문서의 위조 여부를 감정 의뢰했다. 대검 DFC는 최첨단 분석을 통해 감정을 하는 곳으로 이번 수사와는 독립된 별도의 기관이다.
대검 DFC 감정 결과는 검찰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내용이었다. 검찰은 재판부에 제출한 변호인 측 중국 공문서와 검찰 측 중국 공문서의 도장 관인을 둘러싼 의혹을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대검 DFC는 변호인 측 문서의 도장과 검찰 측 문서의 도장이 다르다고 밝혔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미 “한국 검찰 측이 제출한 위조공문은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 혐의를 받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중국대사관이 주장한 내용이 대검 DFC 검증을 통해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검찰이 국정원 쪽의 협조를 받아 서울고법에 제출한 간첩 ‘증거 자료’는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검찰이 사실상 수사체제로 전환해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문제는 어떤 조사결과가 나오건 검찰도 책임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증거 조작에 직접 관여했다면 문제는 더욱 커지겠지만 조작된 문서라는 것을 알면서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해서 책임이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진상조사팀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지휘부 책임론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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