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박경국 신임 안전행정부 제1차관 임명을 놓고 말이 많다. 안행부 안팎에선 비전문가ㆍ비주류 인사를 파격적으로 발탁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박 신임 차관은 행시에 합격한 후 주로 지방행정 분야에서만 근무해 1차관 담당 분야인 인사ㆍ조직ㆍ기획 등의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비전문가다. 박 대통령이 자주 얘기하는 인사의 전문성 중시 원칙과도 거리가 멀다.
또 박 차관은 중앙 본부의 요직을 한 번도 거치지 않은 비주류였다. 전임 원장들처럼 국가기록원 원장 자리를 끝으로 사실상 은퇴할 것으로 예상됐던 그가 쟁쟁한 경력의 본부 실장 출신들을 제쳤다.
이렇게 파격적인 인사 탓인지 정치권ㆍ시민단체 등에선 '보은인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 차관이 지난해 국가기록원장 재직 당시 여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두고 서해 북방 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을 벌일 당시 '핵심 조연'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차관 자리를 얻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박 차관은 대화록의 국가기록원 이관 여부가 핵심 쟁점인 상황에서 국회 운영위원회 등에 출석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원에 넘긴) 최종 재가목록에 정상회담 대화록(회의록)이 없다"고 말해 결과적으로 여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적이 있다. 참여정부의 기록관리 시스템인 '이지원'에 대해 "수시로 수정도 가능하고, 삭제도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가 야당 의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국가정보원의 편을 들어주기도 했다. 국정원은 대통령 기록물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가 불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당시 박 원장이 나서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국정원의 공공기록물"이라며 공개가 합법적이라고 '유권 해석'을 내려 준 것이다. 야당에선 아직도 이에 대해 국정원이 보관중이던 대화록을 공개한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박 차관의 임명이 보은 인사인지 그의 능력에 대한 발탁인지 가리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인사권자인 대통령, 그리고 박 차관 자신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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