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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영 연출 "'라보엠' 원작의 가치, 제대로 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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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 3대 오페라 '라보엠' 오는 3월5일부터 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김숙영 연출 "'라보엠' 원작의 가치, 제대로 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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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오페라 '라보엠'은 '토스카', '나비부인'과 함께 푸치니의 3대 걸작으로 손꼽힌다. 원작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들의 인생풍경'이며,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과 이별, 꿈과 현실 등을 담고 있다. 특히 4명의 예술가 중 한 사람인 시인 '로돌포'와 이웃에 사는 가난하고 병약한 여인 '미미'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 이야기가 전체 줄거리의 한 축을 이룬다. 이들이 사랑에 빠졌을 때 흘러나오는 노래 '그대의 찬 손' 아리아로도 유명하다.

노블아트오페라단이 올해 첫 작품으로 선택한 오페라도 이 '라보엠'이다. 오는 3월5일부터 7일까지 3일 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김숙영(45) 연출가를 26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직접 무대에서 쓸 소품까지 챙겨오느라 양 손 가득 짐이 들려져있었다. "오페라를 우리 모두가 지켜야할 문화유산"이라고 믿는 김 연출가는 이번 무대에 대해서도 "원작의 가치를 충실히 지켜내면서도 무대장치, 동선 등의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오페라는 원작 그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배경을 이탈리아 만토바에서 미국 뉴욕으로 바꿔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안 어울리는 옷을 입혀놓는 셈이 된다. 난 끝까지 원작을 고집할 것이다. 다만 이번 무대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조연에 초점을 둔 부분이다. 항상 오페라는 주인공만 보여주다 끝나기 때문에 관객들이 지루해 한다. 우리는 아예 무대에 파리 2층 주택을 재현해 다양한 인물들이 그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이번 '라보엠'에서 '로돌포' 역에는 이승묵·김동원·강훈, '미미' 역에는 김인혜·오은경·박명숙이 캐스팅됐다. 화가 '마르첼로'역은 정승기·박태환, '무젯타' 역은 김은경·강민성·김순영이 연기한다. 김숙영 연출가는 "원래 기존의 무대에서는 넘어지는 장면도 '우당탕탕' 소리로만 표현했는데, 우리 성악가들은 실제로 넘어지면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여기에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다들 '재밌겠다', '해보자'는 반응이어서 연출가 입장으로서는 너무 신난다"라며 "최고의 성악가들을 캐스팅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숙영 연출 "'라보엠' 원작의 가치, 제대로 살리겠다"

'라보엠'은 특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페라로 흔히들 꼽히는 작품이다. 파리의 뒷골목 낡은 다락방에 살고 있는 예술가들의 비극적인 사랑이 푸치니 특유의 선율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렌트' 역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라보엠'은 성악가들도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다. 학생들과 평민들이 데모를 일으켜 샤를 10세를 추방시켰던 프랑스 7월 혁명 이후가 배경이다. 춥고 가난하더라도, 또 내 예술이 인정받지 않더라도 버틸 수 있었던 네 명의 젊은 예술가들을 통해 삶의 치열함, 애절한 사랑, 남자들 간의 우정 등 이 모든 것들을 드라마틱하게 펼쳐보인다. 음악 역시 너무나 아름답다."


원래 성악을 전공한 김 연출은 한양대 음악대학원에서 음악학 석사를 수료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뮤지컬/오페라 공연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브로드웨이로 건너가서는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했는데, 김 연출은 당시 오디션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자 아예 직접 150석 규모의 무대를 빌려 연출가들을 초대해 자신의 무대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해서 '록키호러픽쳐쇼'에 캐스팅됐고, 이후로도 많은 무대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연출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모든 소프라노 성악가들이 디바를 꿈꾸지만, 나는 막연하게나마 내 그림을 무대 위에서 펼쳐보이고 싶었다"는 게 김 연출의 고백이다.


다시 2011년에 고국으로 돌아와서 꿈에 그리던 오페라 연출을 하게 됐다. 뭔가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에 오페라 무대에 연극 배우도 캐스팅하고, 창법도 다르게 하고, 파격적으로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노래하는 장면도 선보였다. "오페라 공연은 대대로 물려오는 것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도들에 대해서 반응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오페라계가 새로운 시도나 변화에 대해 갈증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굳이 오페라가 대중화될 필요가 있냐는 것이 김 연출의 생각이다.


"국내에서는 오페라는 공부해야 하는 거고, 학문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1년에 꼭 한 두 번은 봐야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오페라를 대하는 데 오히려 이런 점에서 희망을 갖는다. 오페라는 우리가 지켜야할 문화유산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사진=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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