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팬택이 25일 채권단에 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2년2개월여 만에 다시 워크아웃 체제로 들어서게 됐다. 업계는 이번 팬택의 선택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팬택은 지난해 9월 사업재편에 맞춰 운영인력의 30%를 줄이고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등 고강도 사업구조 혁신을 단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1900여억원에 달하는 적자규모를 대폭 줄이고 올 1월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를 달성하는 등 희망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비용 위주' 마케팅 양상이 심화되면서 최근 출시한 베가 시크릿 노트 등으로도 반전을 꾀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사이에서 자금난 등으로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해 퀄컴으로부터 2300만달러(약 245억원),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지만 스마트폰의 연구개발(R&D)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워낙 천문학적인 숫자라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팬택의 워크아웃 결정은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팬택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 20일 "팬택은 많은 적자를 기록 중이고 현재 상태로는 금융기관이 자금을 더 지원하기 어렵다"며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으면 추가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대로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추가 자금지원 문제를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팬택 관계자는 "이번에 워크아웃을 신청은 재무구조를 개선해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점에서 지난번 워크아웃과 다르다"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팬택이 선제적으로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통과가 힘들어 보였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한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단통법이 통과되면 휴대폰 제조사들도 보조금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데, 이는 휴대전화 보조금 시장의 투명화를 유도해 팬택에는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통과되면 보조금 경쟁이 제품·품질·가격 경쟁으로 바뀔 것"이라며 "마케팅 비용 규모가 아닌 실력으로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단통법은 ▲보조금 차별 금지 ▲보조금 공시 의무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 가능 ▲고가 요금제 강제 제한 ▲제조사 장려금 조사와 관련 자료제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8월1일부터 시행된다.
한편 이번 워크아웃 돌입으로 추가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전망이다. 팬택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지난해 9월 무급휴가로 이미 채권단과 협의가 이뤄졌었다"며 "추가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은 이미 무급휴가를 떠난 것으로 갈음했다는 설명이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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