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 국정운영 성과 살펴보니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대통령제 아래에서 새 정부 출범 5년의 밑그림은 당선 이후 인수위 100일간의 활동기간에 그려진다. 또 임기 5년간의 성패는 정부 출범 첫 100일에 좌우된다는 게 정설이다. 어느 정권이든 출범 첫해는 통장(재정)과 가계부(예산), 살림여건(대내외 여건) 등은 어쩔 수 없이 이전 정부와 대내외 변수가 짜 놓은 틀 안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첫해에는 국정과제 수립과 이의 추진을 위한 틀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2차연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과정을 밟아가게 된다. 가시적 성과는 곧 가계와 기업이 느끼는 체감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정부조직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첫 100일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일을 까먹고 4월17일에야 내각구성을 마치고 출범했다. 마이너스통장(세수부족)을 받아들고 시작했다가 국내외 여건 악화로 결국 추경에 금리인하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국내총생산과 소비자물가, 취업자증감, 경상수지 흑자 등 핵심지표는 뚜렷하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주택시장은 양도세 중과폐지와 취득세 영구인하 등의 조치로 2013년 0.3% 상승해 2012년의 보합세에서 벗어났고 9월 이후에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거래량(2012년 75만가구→2013년 85만가구)과 미분양 물량(2012년 7만5000가구→2013년 6만1000가구)로 낮아졌다.
또한 세계경기회복의 지연 등 어려운 여건이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1조752억달러)와 사상최고 수출(5597억달러)및 무역흑자(442억달러) 달성 등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지난해 5월 벤처·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 등의 노력에 힘입어 벤처투자액(1조3845억원)은 2000년(2021억원)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벤처펀드 결성펀드도 1조5274억원으로 전년(7727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가계와 기업의 체감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아랫목의 온기가 윗목으로 잘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도 첫해를 스스로 평가하면서 이런 부족함을 인정했다. 140개 국정과제 중 경제부문 42개 과제 가운데 잘 처리한 과제(우수과제)는 14%인 6개에 불과했다. 통일기반이 41%에 달했던 것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고, 국민행복(22%), 문화융성(20%)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도 "지난해에는 중첩된 대내외 어려움 속에서 저성장 흐름을 끊고 위기 이전 성장추세로 회복했다"면서도 "모든 국민들이 정책성과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부족함을 시인했다.
올해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출수요는 많은데 세수는 부족하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신흥국불안, 중국 경기둔화 가능성, 엔저 영향 등 대외변수보다는 대내변수의 우려가 더 크다. 공공부문 부채는 공식 통계로만 821조원이고 잠재적 부채까지 포함하면 1500조∼2000조원에 이른다.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부담은 소비를 제약시켜 내수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저물가 기조 속에서 가공식품과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당국과 소비자 모두를 괴롭히고 있다. 금리는 제자리지만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고 전셋값 상승에 주거비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공공기관 정상화에 대한 저항과 반발수위는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가 2년차를 맞아 야심하게 준비 중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1년차의 경제민주화나 복지증대보다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신성장동력 모색 등을 통한 저성장 극복에 정책적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공부문과 규제분야 개혁은 각 부처 손에 맡길 게 아니라 대통령이 밀어붙여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