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임진왜란 한 해 전인 1591년에 조선의 국왕 선조는 선물을 받는다. 바로 대마도주가 건넨 조총이었다. 당시만 해도 선조는 조총의 위력을 인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임진왜란 때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에게 조선군이 연패하면서 개인화기에 대한 위력을 실감한다. 현대전에서도 개인화기의 위력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예비군들의 38%는 아직도 6ㆍ25전쟁 당시 사용 기종인 카빈총을 사용하고 있어 대책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고려 말부터 화약을 사용하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조선 선조 때에서야 승자총통을 개발했다. 무기 전문가들은 승자총통을 총보다 단순한 휴대용 화기로 평가한다. 본격적인 총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조총이다. 임진왜란 이후인 1600년대 일본의 조총을 모방해 만든 조총은 화승총(matchlock)에 속한다. 화승총은 화약접시 속에 점화용 화약을 넣고 총열 내부에 점화용 화약을 넣은 다음 방아쇠를 당기면 불 붙은 화승이 화약접시 속에 들어가면서 사격되는 구조다.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TV사극 '추노'에서 눈길을 끌었던 화기도 조총이다. 사극에서 조총은 짧은 시간에 발사가 가능한 소총처럼 비춰졌다. 하지만 실제 조총의 발사 속도는 5분 이상 걸렸다. 1발을 쏘면 총열을 청소하고 화약을 재장전하는 시간 때문이다. 하지만 활을 쏘는 것보다 살상력이 뛰어나고 배우는 것도 쉬워 조선은 조총 도입을 서둘렀다. 단점도 있었다. 당시 사용된 화약은 고려시대에 최무선이 만든 화약이다. 이 화약은 불만 붙이면 점화가 되므로 쉽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연기와 그을음이 많이 생겨 목표물을 정확히 정조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군이 보유한 최초의 소총은 광복 직후 미군이 일본군으로부터 압수한 38식, 99식 소총이다. 그 뒤 1948년 국군 창설 이후에 미군의 M1소총과 M1보다 짧고 가벼운 M1카빈소총이 보급됐다. 하지만 군인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세우며 국방부 산하에 조병창을 세웠다. 우리 손으로 만든 총 한 자루 없이 한국전쟁을 치른 설움이 컸기 때문이다.
조병창은 미국 콜트사와 협정을 맺고 M16소총을 생산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후 조병창은 1981년에 대우정밀공업(현 S&T모티브)으로 민영화되면서 소총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처음으로 독자 개발해 생산한 'K1기관단총'도 우리 군에 보급됐다. 1984년부터는 한국형 제식소총 'K2'가 일선 부대에서 M16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군이 사용하는 국산소총은 모두 S&T모티브에서 생산된다.
S&T모티브는 소총을 권총, 소총, 기관총, 저격용소총 등으로 구분해 전장 환경에 맞게 개발하고 있다. 국산 권총인 'SDP9'모델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몸체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조준경이나 프레시를 장착할 수 있는 레일 기능을 추가하고 사용자의 손 크기에 맞출 수 있는 두께 조절 기능까지 더했다. 해외에서 플라스틱 몸체를 처음 사용한 것은 오스트리아의 글락(GLOCK)사다.
소총은 총의 길이를 줄여 시가전에서 장병들의 편리함을 더했다. 대신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탄을 5.56㎜짜리에서 5.7㎜짜리로 바꿨다. S&T모티브는 전장 상황과 장병들의 임무에 맞춰 총열길이를 교체할 수 있는 XK8을 개발했다. 미군의 70%가 사용하고 있는 벨기에회사 FNH사의 소총도 총열교환 방식을 쓰고 있다.
S&T모티브는 기관총에 총알을 나란히 붙여 탄통에 담아 발사하던 방식을 없앴다. 무거워 기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30발짜리 탄창을 장착할 수 있는 K3기관총을 개발해 휴대성을 높였다. 2007년 필리핀이 총기를 수입할 때도 이런 방식을 선호해 벨기에 FNH사 대신에 S&T모티브를 택했다.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저격용소총인 K14도 개발됐다. K14는 유효사거리를 800m로 늘려 미군의 국방규격에도 통과했다. 미군 국방규격을 통과하려면 1MOA(총기의 명중정밀도를 나타내는 단위)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1MOA 규격은 5발을 발사해 100야드는 1인치, 200야드는 2인치, 300야드는 3인치 안에 모두 명중해야 한다. K14의 무게는 5.5㎏으로 현재 707특임대, 해군특수전 전대, 헌병 특경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msg-90저격소총(6.40㎏)보다 가볍다.
가격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육군에서 사용하는 오스트리아제 SSG-69 저격소총은 3400만원, 해병대 특수수색대의 스위스제 SSG-3000은 3000만원 수준이다. 대물용저격소총인 AW-50F는 2300만원 정도다. K14는 이들 저격소총에 비해 50~70% 정도의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우리 군의 헬기와 전차에 장착된 미국산 M60을 대체할 K12 기관총도 눈길을 끈다. K12기관총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 장착됐다. K-12기관총은 항공기 탑재용과 지상용 모델 구분이 없다. 항공기탑재 기관총을 분리해 지상에서도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총열교체도 쉽다. 손잡이를 돌려 교체하면 된다. 7.62㎜ 나토 공통탄 또는 308윈체스터탄을 사용하는 M60은 분당 200발을 사격하면 2분, 분당 550~600발의 최대 발사속도에서는 1분마다 총신을 바꿔야 한다. 장병들은 그동안 총열이 뜨거워지면 두꺼운 장갑을 착용하고 총열을 분리해야만 했다.
지난해 육군에 처음 보급된 K11 복합형 소총도 우리군의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준다. 복합형 소총은 일반탄과 폭발탄을 모두 발사할 수 있는 화기로 미국 등에서도 개발에 나섰지만 전력화에 성공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20㎜ 폭발탄은 적의 머리 위에서 탄을 폭발시켜 숨어있는 적이나 밀집된 병력을 제압할 수 있다.
박문선 S&T모티브 상무는 "세계 소총시장은 장병들의 변하는 신체조건은 물론 다양해진 전장상황과 임무에 맞게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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