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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사기대출' 타 시중은행이 빠진 이유는 운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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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KT의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금융사 10여곳을 상대로 3000억원 규모의 대출사기를 벌였다. 국내 주요 은행들이 이 직원의 대출사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2곳은 대출사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하다. 두 은행 모두 그동안 KT ENS와 거래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사기 대출에 있어 대출 주체인 KT ENS 협력업체들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과의 거래가 전혀 없었다.

다만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KT ENS와 거래를 했었다면 어떠했을까. 거래를 했더라도 이들 은행의 여신심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돼 대출사기를 막을 수 있었을까. 아니며 대출사기를 시도하려던 KT ENS의 직원이 이들 은행의 여신심사 시스템을 두려워해 대출을 시도하지 않은걸까. 다시금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사들의 여신심사 시스템에 적지 않은 허점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KT ENS 직원이 만들어낸 가짜 서류는 차치하더라도, 대출을 시도한 기업의 외형에 비해 너무나도 과도한 대출금이 집행됐기 때문이다.

최근 밝혀진 금융감독원의 초기 조사 결과, KT 자회사인 KT ENS의 부장급 직원 김모씨는 2008년 5월부터 가짜 매출채권을 발행해 이를 담보로 여러 금융사로부터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아 냈다. 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금융사는 하나은행으로 총 1624억원에 이른다. 또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296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저축은행 피해 규모는 800억원 가량이다.


실제 KT ENS의 2012년 순익은 47억원에 불과하다. KT ENS와 사기를 공모한 납품업체 N사 또한 자본금이 100억원 안팎이었다. 그런데도 하나은행은 1600억원, 농협과 국민은행은 각각 300억원 상당의 돈을 대출해 줬다. 기업의 상환능력에 비해 대출금이 과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실질적으로 대출을 한 주체는 KT ENS의 협력업체들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지만 은행들은 KT ENS가 협력업체들에 발급해준 세금계산서만 믿고 수백, 수천억원을 대출해 준 것이다. 각 은행에 마련된 대출심사 시스템만 제대로 적용했어도 이같이 엄청난 규모의 사기 대출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의 기업담당 관계자는 "대출 금액이 회사 규모에 비해 훨씬 큰데도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며 "기업 대출시 각 은행마다 명시돼 있는 대출 규정만 제대로 따져봤어도 (기업 외형 대비)이렇게 큰 금액을 대출해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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