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토종 자동차업체들이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판매량을 늘리고 있기는 하지만 자체 브랜드 구축에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왜 일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의 부진한 성적은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자국 기업들과 협력해 기술력을 키워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기 보다 이미 선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기업들과 합작 형태로 손쉽게 성장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는 분위기 탓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토종 자동차업체 '빅3' 중 하나인 둥펑(東風)은 한국의 현대, 일본의 혼다와 닛산, 프랑스 르노와 합작사를 세운데 이어 지난해 12월 푸조를 다섯 번째 협력 기업으로 추가했다. 중국의 디이(第一)자동차, 상하이자동차그룹(SAIC)도 제너럴모터스(GM), 폴크스바겐, 마즈다, 도요타 등과 손을 잡고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다.
둥펑의 경우 4개 합작사가 회사 전체 연간 자동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 그 만큼 자체 브랜드 자동차의 판매량이 적다는 얘기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위치한 둥펑의 푸조와 혼다 생산 공장 앞에는 수 천 대의 자동차들이 운반을 기다리고 있지만, 인근에 위치한 둥펑의 첫 자체브랜드 '펑선(風神)' 공장 앞은 썰렁하다. 펑선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수는 하루 평균 300대, 연 중 10만대에 불과하다.
자동차 컨설팅업체 시너지스틱스의 빌 루소 대표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의 합작은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게끔 한다"면서 "그러나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자체 브랜드 구축에는 적게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1800만대로 증가율이 15%에 이른다. 2008년 판매량의 세 배에 가까운 규모다.
그러나 중국의 독자 브랜드 시장 점유율은 2010년 31%에 이르던 것에서 지난해 27%로 떨어졌다. 또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 수출량은 59만6300대로 2012년 보다 10% 가까이 떨어졌고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3.3%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고급 수입차에 대한 수요 증가로 중국이 지난 한 해 동안 수입한 자동차 수가 110만대를 기록, 2012년 수입량의 세 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야오지에 CAAM 사무처장은 "중국산 자동차의 품질은 다국적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편"이라면서 "자국 브랜드 개발에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번스테인 리서치의 막스 와버튼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 국유 자동차 기업들은 자동차를 어떻게 조립하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의 생산 시스템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진짜 기술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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