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있을 때마다 TF만 구성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박근혜정부 들어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특별 작업반(TF)이 많이 만들어졌다는 데 있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관계부처 TF를 만들어 대응하는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정부 부처를 통틀어 TF가 정확히 몇 개인지 가늠할 수는 없는데 현재 총리실에는 21개의 TF가 구성돼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TF도 있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만들어진 TF가 수두룩하다. 그만큼 이슈가 많은 정부라는 것을 말해준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최근 "총리실은 정거장이 아니라 기관사"라고 강조한 적이 있다. 이는 그동안 총리실이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문제 해결에 뛰어들지 못하고 각 부처의 눈치만 살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는 정(靜)적인 정거장이 아니라 열차를 직접 움직이는 동(動)적인 기관사의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국무총리실에는 현재 ▲지방재정 개선 ▲불법 사금융 척결 ▲세종시 조기정착 협업 ▲방사능 오염식품 대응 ▲녹조 대응 ▲복지사업 부정수급 척결 ▲철도파업 정부대책 ▲금융정보 유출 범정부 TF 등이 구성돼 있다.
지방재정 개선 TF는 그러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수요는 늘어나는데 취득세와 복지 예산 분배를 둘러싸고 중앙과 지방정부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들어가야 할 쓰임새는 많기 때문이다.
불법 사금융 또한 어려운 숙제 중 하나이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은 은행 등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워 저축은행으로 내몰렸다가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대부업에 손을 내미는 상황이다. 아직도 연 40%의 고이율의 빚을 내다 쓰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한 번 잘못 빌려 썼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세종시 조기정착을 위한 부처 간 협업도 지난 1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2013년 동안 장관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일을 했다. 서울 중심의 행정이 여전하다 보니 세종청사 안착은 계속 미뤄졌다. 지난해 연말 2단계 이전으로 10개 중앙부처가 자리를 잡았지만 지금도 세종청사는 '서울의 외곽 청사'로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보다 획기적인 조치가 없으면 세종청사의 안착 또한 늦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대한민국 대부분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대규모 금융 사태에 대해 정부는 강력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정 총리는 이와 관련해 긴급관계장관회의 등을 여러 번 개최하고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 대책을 내놓으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여전히 내 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불법적으로 쓰일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총리실 소속의 '21량의 TF열차'를 어디에 정차시킬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국무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총리실에 최근 TF가 많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총리실이 현안 깊숙이 개입해 구체적인 대책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TF열차'가 아니라 현안에 대해 정부가 모양새만 갖추기 위한 구색 맞추기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정 총리 스스로 총리실은 정거장이 아닌 기관사라고 내세운 만큼 '21량 TF열차'의 지향점이 어디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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