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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채용 혁신 '후퇴記'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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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위주 사회 大수술 취지 빛바래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그룹이 채용혁신을 결국 백지화했다. 2주일만이다.
채용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 무산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읽혀진다.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대학 서열화, 영호남ㆍ남녀차별이라는 좋은 메뉴에 '삼성 때리가'가 얹혀지면서 논란은 날개를 달아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따라 당초 의도는 퇴색되면서 삼성의 채용 혁신도 발목을 잡히게 됐다.


삼성은 채용 혁신계획을 비난 여론 때문에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학에서 불거진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당초 제도 개편 취지 자체를 살릴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새로운 인사실험은 시험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한해 대학생 중 3분의 1이 삼성그룹 입사시험을 보고 이를 위해 사설 학원까지 다니다 보니 시험 성적만 우수한 학생들이 채용되는 경우가 많아 시작된 것이다.


종이 한장 위에 적어낸,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과 역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채용해보자는 것이 당초 의도였다. 대학 총장 추천제 역시 성적이나 스펙이 아닌 다양한 능력과 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추천 받아 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각 대학마다 추천인 수를 다르게 배정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이공계 중시였지만 논란은 엉뚱하게 대학서열화 논란으로 번졌다. 일부 대학은 생각보다 추천인 수를 많이 받았다며 기뻐했고 추천인 수를 적게 받은 대학은 '우리 학교를 겨우 이정도로 생각하나'며 불편한 심기를 표명했다.


삼성그룹이 이공계 비중이 높은 대학에 추천인 수를 더 많이 배정했다고 밝히자 더 큰 불만이 나왔다. 일부 대학 관계자들은 "삼성 때문에 이공계 비중을 늘려야 하나?"라는 반응을 보였고 다른 일부 대학에선 "취업이 가장 중요한 대학 입장에선 삼성이 갑"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여자 대학에선 "명백한 남녀 차별"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남녀공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 배정된 데 따른 것인데 총 인원의 여성 30%채용이라는 채용 기준은 회자되지 못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영호남 차별도 얹혀졌다. 논란이 커지자 지방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도 끼어들 여지를 찾기 시작했다. 영남 지역 추천 대학생 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삼성이 영남과 호남 지역 차별을 통해 지역 감정을 조장한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삼성이 채용혁신 재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향후 내놓을 채용혁신 프로그램에서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교육이 기업의 입맛에 맞춰 왔다갔다 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이번 총장추천제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총장이 어떤 학생을 추천하느냐에도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삼성이 시장에서 큰 손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당사자들과 토의를 거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기준을 정해 통보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1차 전형을 각 대학 총장이 수행함으로써 스펙이 아닌 학생들의 장점과 특성을 고려한 채용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삼성이 대학에게 1차 전형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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