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작은 저수지 많아 방역 어려울 듯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조류인플루엔자(AI)가 오리, 야생철새인 가창오리에 이어 닭으로까지 확산된 것은 물론 닭·오리 사육 농가의 30%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점점 북상하고 있어 정부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닭의 경우 고병원성 AI 전파속도가 다른 가금류보다 워낙 빨라 관계당국은 물론 양계 농가까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늦은 11시30분에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충청·대전·세종 등 4개 지역에 대해 일시이동정지(standstill) 명령을 내렸다. 이 지역의 축산업자, 축산차량 등은 2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 이동이 중지된다. 경기 지역을 포함시킨 것은 설 연휴 유동인구에 따른 수도권으로 AI가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농식품부는 관계부처로부터 인력을 파견 받아 대책상황실을 보강하고 장관이 직접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고 시행하는 등 '원스톱 비상체제'를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24일 AI 의심 신고가 들어온 충남 부여군의 종계장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닭은 오리ㆍ야생철새보다 AI 전파속도가 빠르고 국내에서 기르고 있는 개체수도 오리보다 많아 AI가 확산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전국에서 기르는 닭은 모두 1억4000만 마리에 이른다.
야생철새의 AI 감염 지역도 점점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6일 전북 고창의 씨오리 농장에서 AI가 발견된 뒤 인근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에서 AI(H5N8)가 확진됐으며, 이후 전북 군산(가창오리)→충남 서천(가창오리)→경기 화성(철새 분변)에서 AI가 차례로 검출됐다. 서해안을 타고 점점 북상 중으로 수도권 진입이 코 앞에 와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야생 철새의 이동과 함께 AI가 북상하면서 수도권도 절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데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야생철새들이 대규모로 몰려 있는 곳보다는 늪지대가 있는 작은 저수지에 잠시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국에 고정돼 있는 대규모 철새도래지에 대한 방역작업은 가능한데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이들 작은 저수지에 대한 방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야생철새에 대한 방역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수도권으로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가창오리의 행방에 대해서도 여전히 추적이 쉽지 않다. 환경부는 26일 가창오리 1마리에 대해 위치 추적 장치(GPS)를 부착해 추적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십만 마리가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1마리에 대해 GPS를 단 데 불과해 정확한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AI가 수도권으로 유입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전국의 닭·오리 사육 농가의 3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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